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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간경화로 투병하며 새로운 삶 꿈꾸는 김정하씨

"이젠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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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순복 수녀가 간경화를 앓고 있는 김정하씨를 위로하고 있다.
 
"처음에는 수녀님이 제 장기를 팔아넘기려는 줄 알았어요."

 경기도 시흥시 정왕본동 주택가 단칸방. 약을 한 움큼 쥐어 입에 털어 넣는 김정하(가명, 47)씨 곁을 성빈센트다문화가정센터 센터장 천순복 수녀가 지키고 있다. 김씨는 "수녀가 뭐하는 사람인 줄도 몰랐다"며 "주변에서는 수녀님이 제 장기를 노린다고 말해 입원한 병원에서 도망가기도 했다"며 웃었다.

 김씨와 천 수녀의 만남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흥시에 있는 다문화센터 앞 공원에서 매일 술판을 벌이던 김씨의 얼굴은 검게 변해 있었다. 누가 봐도 죽음의 빛이 역력했다. 천 수녀는 "수도자로서 죽어가는 김씨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며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종합병원과 무료 병원 등을 찾아 다니며 치료를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다문화가정센터 수녀가 하는 일이나 하지 왜 노숙자한테까지 신경을 쓰느냐는 만류했다. 그래도 외면할 수 없었다. 천 수녀 눈에 비친 김씨는 도움이 필요한 그리스도였다.

    김씨도 천 수녀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그에게는 남에게 말 못할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지난해 여름 복수가 차고 황달이 심해져 병원을 찾은 김씨는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증으로 새벽 인력시장도 더 이상 나갈 수 없었다. 돈벌이가 끊기자 부인이 집을 나갔다. 김씨는 부인을 찾으러 백방으로 다녔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부인은 집 근처에 있는 남자와 딴 살림을 차린 상태였다.

 김씨는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고 말해도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다"며 "건강을 잃고 집사람마저 떠나니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고 울먹였다. 집세를 낼 능력도, 병원을 찾아 치료받을 돈도 없었다. 보다 못한 집주인이 김씨 부모를 찾아 딱한 사정을 말했지만 부모도 그를 도와줄 형편이 아니었다. 자식도 없는 그는 삶의 끈을 놓으려 했다. 노숙자들과 어울리며 술로 날을 지새웠다. 병세는 깊어지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였다.

 삶의 벼랑 끝에서 만난 이가 천 수녀다. 천 수녀는 월세가 밀려 거리로 내몰릴 김씨를 위해 단칸방을 마련하고 병원비와 약값, 생활비 등을 조달하며 그를 보살폈다. 천 수녀의 정성 덕분일까, 간경화로 새까맣게 변해버린 김씨 얼굴은 조금씩 제 색을 찾아가고 있다. 일할 수도, 동전 한 닢 없는 김씨지만 삶에 대한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김씨는 "수녀님이 믿는 하느님께서 제게 더 살아보라고 천사를 보내신 것 같다"며 "시골에 내려가 텃밭을 가꾸며 다시 한 번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후견인 : 천순복 수녀(성빈센트다문화가정센터 센터장)

 
 김정하씨는 조금 모자란 사람으로 보일만큼 심성이 착한 사람입니다. 사기도 여러 번 당하고 가족과 부인에게 버림받아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지금은 이곳저곳에서 김씨의 치료비와 생활비를 보조하고 있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더 이상 머물 곳도, 병원 치료비를 마련할 길도 없습니다.
 김씨가 몸과 마음의 상처를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의 기도와 정성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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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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