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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정신질환 앓는 딸 돌보는 홍재임 할머니

"한 번이라도 행복한 딸 모습 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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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재임 할머니와 딸 김숙씨가 자신의 집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들 뒤로 벽지에 핀 곰팡이가 보인다.

경북 상주시 함창읍 구향리 홍재임(리타, 84) 할머니의 딸이 사는 33㎡ 남짓한 집에 들어갔을 때, 수해 현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물기만 없었을 뿐, 천장을 비롯한 벽지와 바닥 장판 언저리에는 온통 거무데데한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화창한 봄 날씨임에도 방안에는 햇빛이라고는 손바닥만큼도 들지 않았고 쾨쾨한 냄새가 풍겼다.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니, 곰팡이가 안 필 수가 없는겨. 지하도 아닌데 물이 새는 건 아마 건물이 너무 오래돼서 그런개비. 집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서 걱정되니더. 으이그 불쌍한 내 새끼들."

 홍 할머니는 꼴이 말이 아닌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딸 김숙(마리아, 46)씨와 외손자들 걱정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은 지 40년이 넘었다는 집은 할머니가 젊은 시절 조그마한 가게를 했던 곳으로, 온 가족 보금자리였다.

 출가해 행복하게 살 것으로 기대했던 딸은 정신질환으로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했고, 5년 만에 이혼당했다. 갈 곳 없던 딸에게 할머니는 자신의 집을 내어주고, 자신은 인근에 조그만 방 하나를 구했다. 집이 할머니 소유라고는 하지만 낡을 대로 낡아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팔린다고 한들 돈이 되질 않는다.

 할머니에게는 아픈 딸과 고등학생인 외손자 시몬(18)군과 베드로(17)군이 있다. 기초생활 수급권자인 할머니와 김씨 앞으로 나오는 보조금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그래서 할머니는 걸음을 걷기도 어려운 몸을 이끌고 동네에서 폐지를 주워 내다 팔아 보태고 있다.

 아이들 엄마 김씨는 20대 초반 우울증 판정을 받은 후 지금까지 정신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주기적으로 먹어야 한다. 김씨는 "약을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 먹기 싫은데도 병원에서는 억지로 약을 먹인다"며 괴로워했다. 그리고는 "아무도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한다"며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 가정의 어려운 사정은 안동교구 함창본당(주임 오성백 신부) 전정자(마리아 보스코) 수녀에게 전해졌다. 이들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한 전 수녀는 김씨를 상지여중 급식실 조리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고, 일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생활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시몬군과 베드로군은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대학 진학조차 불투명한 사정에도 긍정적이고 명랑한 성격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다. 성적도 우수한 편이다. 시몬군의 꿈은 건축가 또는 통계학자가 되는 것이다. 신심 깊은 외할머니를 따라 주일학교 행사 등 성당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홍 할머니는 "하느님이 언제 데려가실지 모르겠지만,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딸과 손자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다. 병으로 평생 고생만 하고 가난하게 사는 딸이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후견인 :전정자(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

 
 
 시몬과 베드로는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인성도 좋아 다른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어머니 마리아씨도 제대로 치료를 받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이 사랑과 관심을 보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홍재임 할머니 가족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2일부터 18일까지 송금해주셔야 합니다. 이전 호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8)에게 문의 바랍니다.
성금계좌 (예금주:평화방송)

  국민은행 004-25-0021-108

  우리은행 454-000383-13-102

  농협은행 001-01-306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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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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