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정환 할머니를 찾은 자양동본당 김기옥씨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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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환(83) 할머니가 서울 광진구 주택가에 있는 자신의 상점 구석에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말이 상점이지 넓이가 3㎡에 불과한 1970년대 시골에서나 볼 법한 구멍가게다. 파는 물건도 몇 종류 되지 않고 그 수도 100여 개에 불과하다. 적은 물건 수보다 가게를 가득 메운 퀴퀴한 곰팡내에 "누가 여기서 물건을 살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할머니는 "전세방 입구를 가게로 만들어 물건을 팔고 있다"며 "손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가게 문을 닫을 수는 없다. 2년 전 관절염이 심해지며 일어서기도 쉽지 않다. 걸을 수 있을 때는 폐지도 주워 팔았지만, 지금은 가게에서 얻는 얼마 되지 않는 수익이 구 할머니 소득의 전부다.
초점 없는 눈으로 상점문을 바라보는 할머니 곁에 딸 박 아무개(58)씨가 앉아 있다. 박씨는 "어머니가 몸이 불편해 종일 돌봐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결혼도 안하고 30년 넘게 어머니를 지키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떠나지 않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아 취직도 못했다"며 "이제는 나이도 들고 고지혈증과 각종 질병을 앓고 있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장애 3급이다.
잠시 가게를 비운 구 할머니의 아들 역시 딸과 비슷한 처지다. 아들은 20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구 할머니는 "20년 전 교직에 있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며 "남편 병원비로 빚더미에 올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됐다"고 털어놨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가난 탓에 아들은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구 할머니는 "아들이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지 7년이나 됐지만 병세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며 "사람 구실 못하는 딸과 아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거동조차 하기 힘든 노모가 장년에 접어든 두 자식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다. 인근 자양동본당에서 쌀과 반찬 등을 대주며 할머니에게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있다.
자신의 처지를 담담하게 털어놓던 구 할머니가 "다시 걷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자식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다시 걸으려면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지만, 600만 원이 넘는 수술비를 마련한 길이 없다. 백내장 수술도 시급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구 할머니에게 수술비 마련은 요원하다.
취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길, "저것들을 두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구 할머니의 목소리가 돌아서는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후견인 : 서울 자양동본당 11구역 김기옥(가밀라) 반장
자녀 둘 다 장애가 있습니다. 종일 아무 일도 안하고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는 자식들을 보면 지켜보는 이들조차 속에서 열불이 납니다. 하지만 매사에 감사하고 자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구 할머니에게 꼭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구 할머니에게는 아직 남은 일이 있습니다. 자식들이 사회에서 사람 구실하는 것을 보는 게 소원이랍니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구 할머니가 다시 일어날 수 있게 간절한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의 후원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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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환 할머니 가족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26일부터 6월 1일까지 송금해주셔야 합니다. 이전 호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8)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