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속에 알코올 중독 아들 돌보며 사는 80세 노모 서분이씨
▲ 이명춘씨가 병실을 방문한 어머니 서분이(맨 왼쪽)씨와 수녀들 기도를 들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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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술을 먹지 말라고 타일러도 도무지 고쳐지지 않아요. 그래도 한때 일자리를 갖고 자리 잡는가 싶었는데, 그마저도 술 때문에 관두고 돈이 생기면 술만 마셔요."
마음속에 쌓였던 서씨의 한탄이 이어졌다. 아들 이씨의 몸은 성한 곳이 없다. 매일 아침, 저녁 밥 먹듯이 술을 마셔온 이씨는 결국 몇 년 전부터 수시로 병원 신세를 졌다. 만취해 들어온 이튿날 아침에는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위와 대장 수술을 받았지만, 퇴원 후 다시 술을 마셨다. 최근 폐에 물이 차 입원을 거듭하다가 얼마 전부터는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다시 병원을 찾았다. 눈에 물이 차는 증세가 찾아와 책 읽는 것도 어려울 정도가 됐다. 술에 빠져 사느라 이씨는 혼기도 놓쳤다.
서씨는 "아들이 젊은 시절, 일이 잘 안 풀려서 그랬는지 어느 날부터 술을 그렇게 마시기 시작하더니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이 모든 게 제 탓인 것만 같아 늘 마음 한구석이 아프고 저리다"고 말했다.
서씨는 육 남매를 키우며 평생 우울증을 안고 살아왔다. 30년 전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가정의 행복은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큰딸이 어렵게 아르바이트해서 동생들을 키웠다. 유아세례를 받은 남매는 학창 시절엔 신앙생활도 열심히 했지만 결혼 후엔 하나같이 형편이 쪼들렸다. 큰아들은 교통사고 후 직장을 잃고 밤새 대리운전을 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아내가 재산을 갖고 도망가버린 후 홀로 원룸에 살고 있다. 막내딸도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는 등 모두 월셋집에 살면서 홀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서씨의 생활비는 노인연금 포함 한 달 70만 원. 아들 명춘씨와 사는 서씨는 월세와 아들 약값, 술값에 생활비 대부분을 썼다. 현재 300만 원 넘는 명춘씨 입원비에 쓸 돈은 한 푼도 없다.
이씨는 "병실에 있으면서 기도도 하고 성경도 읽지만, 바깥에 나가면 술을 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씨는 "성당과 경로당에 가면 모두 자식 자랑에 열을 올리는데, 저는 평생 어렵게 살면서 웃음도, 희망도 없이 이렇게 지냈다"면서 "그래도 주님께 의탁하며 형편 되는대로 남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다 주님께 가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후견인 : 이영일(전주교구 가정방문실 원장)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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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분이씨 가정에 도움을 주실 독자는 15일부터 2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8)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