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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용서할게, 연락 좀 다오’

자녀 기다리는 염병희 할아버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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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병희(오른쪽) 할아버지와 조청자 할머니가 불법으로 거주하는 집에서 인생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할머니는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쏟았다. 이힘 기자

 
 
`똑똑똑…` "계세요? 아무도 없나요?"
 
 지난 2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다세대주택. 염병희(85) 할아버지와 조청자(73) 할머니 부부가 산다는 낡은 집 문을 두드렸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인기척이 없다. 노부부가 나갈 시간이 아닌데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외려 문을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숨을 죽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 찾아간 임만택(제노, 삼성동본당) 서울 빈첸시오회 11지구 회장이 염 할아버지에게 전화로 신분을 밝히니 그제야 문이 열린다.
 
 집안은 사람 사는 집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잡동사니와 먹을거리, 쓰레기가 비좁은 거실에 뒤엉겨 있고, 밥솥엔 먼지가 가득했다. 내외가 모두 허리가 굽어 거동이 불편한 부부는 몇 달 전부터 반평생 살아온 강원도 원주를 떠나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로 돼 있는 이 집에서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다. 아직 전기와 수도가 끊기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염 할아버지는 "불법인 걸 알지만 여기서 쫓겨나면 노숙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며 "집을 비워 달라는 (공사)사람들 때문에 모르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 주지 못하고 있다"며 미안해했다. 할아버지는 "(기자가 오기) 1주일 전에도 여러 번 찾아와 협박하는 바람에 집 대문이 찌그러졌다"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북에서 태어나 6ㆍ25전쟁 때 남한땅을 밟고는 평생 농사꾼으로 살아온 내외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들딸을 모두 의사로 키워 남들 부러움을 샀다. `자식 농사`는 늘 자랑거리였다. 의대를 졸업한 아들이 20여 년 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소아과의원을 개업할 때만 해도 할아버지는 지금 같은 처지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던 아들이 지인에게 큰돈을 사기당하면서 급격히 가세가 기울었다. 순진한 내외가 아들 꼬임에 빚보증을 서면서 빚을 떠안게 됐다. 아들은 잠적해 버렸다. 게다가 딸이 잠시 명의를 맡긴 부동산에 대해 딸 허락 없이 아들 보증을 서 주는 바람에 재산상 큰 손해를 본 딸도 연락을 끊었다.
 
 결국, 농사짓던 조그만 땅도 자녀도 행복도 모두 돈 때문에 잃었고, 요즘엔 건강마저 잃었다. 두 내외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정하다. 잘 먹지 못해 몸이 많이 야위었다. 할머니는 골다공증 증세도 있어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그래도 내외는 아들딸 생각을 할 때마다 눈물을 왈칵 쏟는다. 아무리 미워도 자식은 자식이라며, 언제든 찾아오면 따뜻한 밥 한 끼라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힘 기자


▨후견인 : 임만택(제노, 서울 11지구 빈첸시오) 회장


 
 부부가 추운 겨울에 목발에 의지한 채 시장에 다녀오는 모습을 발견하고 도움이 절실한 분들임을 직감했습니다. 자녀가 있어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부부에게 독자 여러분의 사랑을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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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희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9일부터 15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8)에게 문의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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