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째 손주 뒷바라지하며 생활고와 병고에 겪는 박명숙 할머니 부부
허리가 90도로 굽어 한 발 내딛는 것조차 힘든 박명숙(마리아, 72) 할머니가 바람을 묻는 말에 이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고령의 나이에 암 투병과 소장수술까지 이겨낸 박 할머니의 겹겹이 주름진 얼굴 위로 지난 세월의 아픔을 견딘 거친 손이 다가와 눈물을 훔쳤다.
남편 김인석(비오, 73) 할아버지와 박 할머니는 20년 가까이 손주 둘을 키우고 있다. 17년 전 딸이 맡긴 외손녀 박루치아(19)양과 12년 전 아들이 맡긴 손자 김요셉(14)군이다. 이들 노부부는 17년 전 딸이 이혼하면서 대전의 한 보육원에 버린 세 살배기 외손주를 수소문 끝에 찾아 없는 살림에 양육비 100만 원을 내고 데려와 키웠다. 손자 요셉군도 3살 때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아들이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가세가 기울면서 이혼 후 손자를 무작정 맡긴 것이다. 아들은 현재 1년 넘게 연락이 없다.
김 할아버지는 “아들과 딸이 자식들을 제 손에 맡겼지만, 그들도 현재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라며 “다행히도 손주들은 부모를 찾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며 기특하게 잘 자라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졌다. 3년 전 박 할머니는 자궁암이 발견돼 자궁을 아예 들어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그때 의사는 “6개월을 못 넘길 수도 있다”고 했지만, 기적적으로 지금까지 손주들 곁을 지키고 있다. 이후 할머니는 다시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소장수술을 받고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김 할아버지는 일하다 허리를 다쳐 디스크 수술과 목에 철심을 넣는 수술을 받고 생계활동을 전혀 못 하고 있다.
이들은 전주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산 아래 버려진 공소에서 산다.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옮겨와 살게 됐다. 30평 남짓한 공소 내부를 고쳐 네 식구가 차디찬 바닥에서 추위를 견디며 살고 있다.
큰딸처럼 자란 외손녀는 학창시절 밤낮 열심히 공부하면서 성가대 반주자 활동도 해왔다. 생계를 위해 일부러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손녀는 최근 한 신용협동조합에 취직했다. 손자도 말썽 한 번 안 피우고 착실히 학교생활을 하며 신앙생활에도 열심이다. 하지만 손녀가 취직하면서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지 못하게 됐고, 노령 연금과 할머니 장애 연금 등 한 달 40여만 원으로 병원비와 생계비를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김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착실하게 자라준 손주들이 우리 부부의 유일한 희망이고, 기쁨”이라며 “네 식구가 오순도순 주님의 따뜻한 품 안에 걱정 없이 지낼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 이영일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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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숙 할머니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4일부터 20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9)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