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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화재로 집 잃은 김일용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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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한 벌 못 건지고 몸만 빠져나와 갈 곳 없어 마을회관 한쪽에 기거

▲ 부부는 불타버린 집만 보면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12월 29일 집을 찾은 부부가 허탈한 표정을 하고 있다.

경기 광주 광동2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김일용(바오로 80) 할아버지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떨구고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옆에 있던 아내 여복순(안나 77) 할머니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지난 12월 5일 부부는 수십 년 동안 살던 집을 화재로 잃었다. 김 할아버지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깜빡 잠이 든 사이에 휴대용 가스통에 불꽃이 옮겨붙으면서 폭발이 일어났고 불길은 순식간에 집을 덮쳤다. 천만다행으로 할아버지는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집은 잿더미가 됐다. 읍내에서 볼일을 보다가 달려온 할머니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타버린 집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그날 밤 사글세 단칸방에 사는 아들 집으로 갔지만 형편이 어려워 난방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이튿날 다시 살던 마을로 돌아왔다. 그날부터 마을회관에 있는 방 한 칸에서 기거하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모든 게 자기 잘못인 것 같아 집이 불탄 이후 사람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모든 사람에게 미안하다. 그저 (저 세상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울먹였다. 부부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집이 없던 젊은 시절 남의 땅에 흙벽돌을 쌓아 직접 집을 지었다. 땅 한 평 없이 남의 집 농사를 돕고 마을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했다. 형편이 넉넉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욕심이 없어 마음만은 편하게 살았다. 그런데 유일한 재산이던 집을 잃었다. 남의 땅에 지은 집이라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다. 자녀들이 있지만 하나같이 어렵게 살고 있어 손을 벌릴 수가 없다. 여 할머니는 “우리가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서 자식들도 다 힘들게 사는 것 같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노부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불이 났을 때 옷 한 벌 챙겨 나오지 못했다. 본당 신자들이 갖다 준 쌀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성당에 가서 “방 한 칸만 마련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것뿐이다. 여 할머니는 “장독은 타지 않아서 종종 집으로 가 된장을 퍼오는데 갈 때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면서 “앞으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방 한 칸만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후견인 / 김대우 신부(수원교구 퇴촌본당 주임) 김일용ㆍ여복순씨 부부는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들은 형편이 어려워 자신의 삶도 건사하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그야말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들입니다. 이들이 추운 겨울에 작은 월세방이라도 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김일용 여복순 부부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1일부터 17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9)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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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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