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대봉 그린아파트 화재로 모든 것 잃은 최진원·김지윤 모녀
▲ 1월 23일 어머니 최진원씨와 딸 김지윤씨가 다 타버린 집에서 성물에 쌓인 재를 닦아내고 있다.
1월 10일 토요일 오전 9시 30분. 단잠에 빠져 있던 최진원(아가타 47 의정부주교좌본당)씨는 시끄러운 비상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또 누가 잘못 눌렀나.’ 최씨는 반쯤 감긴 눈으로 문밖을 살폈다. 화재 경보기 오작동이 잦았던지라 밖에 나와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딸 김지윤(클라우디아 22)씨 옆에 누우려던 찰나 창밖으로 검은 연기가 보였다. “지윤아! 빨리 일어나봐. 근처에서 불이 났나 봐!” 작은 화재일 거라고 생각했던 최씨는 잠깐 대피해 있을 요량에 잠옷 차림으로 몸만 빠져나왔다. 하지만 최씨가 사는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이미 시커먼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뭔가 큰일이 났다는 직감이 든 최씨는 2층의 아무 집이나 들어가 창밖으로 뛰어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윤아 얼른 뛰어! 엄마도 곧 따라갈게!” 모녀는 2층에서 뛰어내렸다. 이후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고 한다. 모녀가 살던 곳은 경기도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130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사고가 일어난 곳이었다. 현재 모녀는 근처 오피스텔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39.6㎡가 간신히 넘는 집은 방 하나에 화장실 한 칸이 전부다. 이마저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긴급 생계비로 한 달을 계약했지만 다음 달부터는 심사를 거쳐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10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혼자서 딸을 키우는 최씨는 늘 생활고에 시달렸다. 딸에게 “엄마 지갑에 만 원짜리 한 장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가난은 항상 최씨 모녀를 따라다녔다. 밤늦게까지 식당에서 일해도 최씨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150만 원 남짓.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먹고살기도 빠듯했다. 이번 화재로 살림살이며 옷가지까지 새까맣게 불타면서 모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다시 찾은 화재 현장에서 지윤씨는 타다 만 노트북을 만졌다. 최씨는 그런 딸을 안타깝게 쳐다보며 말했다. “지윤이가 몇 달 동안 아르바이트해서 산 거였어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공부할 때 쓰던 노트북이 망가져서 마음이 너무 아파요.” 어려운 환경에서 학원 한 번 보낸 적 없는데도 딸 지윤씨는 공부를 잘했다. 중학교 때부터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닌 지윤씨는 현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니고 있다. 최씨는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상황이면서도 주변에서 내미는 도움의 손길이 고마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먹고 살기 바빠 냉담했던 저를 본당에서 발 벗고 도와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제가 받았던 도움을 잊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고 싶습니다.” 최씨 모녀는 임시 거처에서도 불이 날까 봐 매일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모녀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방 한칸이 간절하다.
글 사진=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후견인 / 박경섭(마르코 의정부주교좌본당 빈첸시오회 회장)
최씨는 화재 때 뛰어내리면서 갈비뼈에 금이 갔는데도 생계를 위해 다시 일하려고 합니다. 조금만 형편이 나아지면 다른 분들을 도우려고 하는 착한 마음을 가진 최씨 모녀에게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최진원 김지윤 모녀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일부터 7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9)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