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아
▲ 이옥수(왼쪽)씨가 1월 22일 자신의 집에 찾아온 후견인 오인숙씨와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씨는 평화신문 독자들이 전한 사랑의 성금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힘 기자
2년 전 서울 암사동의 허름한 여관에서 7년 넘게 지내온 간경변증 환자 이옥수(45)씨를 처음 만났을 때 이씨는 병색이 완연했다. 이씨는 본지 2013년 6월 30일 자(1222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사연의 주인공이다.
이씨가 당시 지냈던 6.6㎡ 남짓한 여관방에선 악취가 코를 찔렀다. 방바닥에는 먹다 만 음식과 쓰레기 먼지가 널브러져 있었고 벽지에는 곰팡이가 가득했다. 그런 여관방에서 겨우 고개를 든 이씨는 복수로 불러온 배를 감추며 기자를 맞았었다. 방 청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쇠약했던 것이다.
독자들 사랑 덕분에 셋집 마련 새 인생
그러던 이씨가 요즘 신바람이 나서 지낸다. 겨울 찬바람도 봄바람처럼 느껴진단다. 1월 22일 암사동에 있는 그의 보금자리에서 다시 만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거무데데하던 얼굴은 환해졌고 미소가 가득했다.
이씨는 사연이 보도된 지 2개월여 만인 2013년 8월 1400여만 원의 성금을 받았다. 평화신문 독자들이 전한 사랑의 성금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구원의 손길’이었다. 이씨는 성금 수령 이틀 만에 여관방 생활을 청산하고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25만 원짜리 셋집을 구했다. 장롱과 세탁기 냉장고 등 세간도 새로 장만했다. 그동안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했던 치아도 20개 넘게 해 넣었다. 당시 후견인 오인숙(마리안나 57 암사동본당) 전 빈첸시오회장이 잘 아는 치과에 부탁해 재료비만 내고 시술받게 도와줬다.
새 보금자리가 생기자 그동안 소식이 끊겼던 지인들이 먹을거리를 보내오는 등 또 다른 도움의 물꼬가 터졌다. 말소됐던 주민등록번호도 되살렸고 이 덕분에 그해 10월엔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됐다.
독자들의 사랑은 이씨 남편(신성태 50)에게도 전해졌다. 남편 신씨도 웃는 날이 많아졌다. 신씨는 왼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매일 박스공장 등에 일용직을 구하러 다니며 삶의 희망을 품게 됐다.
가장 큰 은총은 이씨 부부가 지난 12월 ‘미카엘’과 ‘미카엘라’로 거듭난 것이다. 그래선지 그의 방에는 성모상과 십자가가 있었고 창세기 28장을 막 마친 성경 필사 노트도 보였다. 이씨는 교리공부 기간에 간경변증이 악화돼 한 달 가까이 입원한 적이 있었지만 암사동본당 주임 김중광 신부의 배려로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나눔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변신
물론 이씨의 간경변증이 완치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한 달에 2~3번은 병원에서 복수를 빼내고 있다. 매일 약도 먹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씨는 이제 다른 이웃을 위해 쌀을 기부하는 선행을 시작했다. 평화신문 독자와 신자들 도움으로 새 삶을 살게 된 것에 대한 마음의 징표다. 그는 여전히 형편은 어렵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변해 있었다.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새 인생을 선물 받았으니 앞으로 더 잘 살고 싶어요.”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