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어
▲ 황규철(왼쪽에서 두 번째) 대전교구 빈첸시오회장 등이 방문하자 뇌병변 복합장애를 앓는 손요한씨가 무척이나 반가워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역한 악취가 훅 끼쳤다. 대소변을 받아내는 중환자가 있을 법한 냄새다. 방안에 들어서자 1인용 침대에 누워있던 손요한(요한 세례자 32)씨는 온몸을 비틀어 반가움을 표시한다. 목을 좌우 90도로 꺾어 인사를 해오니 괜찮을까 싶다. 그런데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걸 보면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듯하다. 1살 때 뇌막염을 앓아 뇌 손상으로 운동 기능 장애에 지적 발달 문제가 생겼고 척추측만증으로 일어설 수조차 없다. 수시로 혀에 백태가 끼거나 경련 발작으로 간질이 수반될 때면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수발하지 않으면 식사도 못 할뿐더러 32년째 기저귀를 달고 산다. 그를 보살펴온 어머니 유기순(아나스타시아 67)씨는 “오늘따라 유난히 상태가 좋아 보인다”며 예뻐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천사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그런 기색을 눈치라도 챈 듯 유씨는 “뇌수술을 했을 때 하느님께 살려달라고만 기도를 했더니 낫긴 나았는데 뇌병변 복합 장애로 서지도 앉지도 떠먹여 주지 않으면 먹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그 긴 세월을 신앙 때문에 예수님 때문에 살았지 예수님이 없었다면 살지 못했을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이들 모자의 보금자리는 대전의 한 영구 임대아파트다. 39.67㎡ 남짓한 공간에 작은 방 2개 복도를 겸한 부엌 1개가 전부다. 1989년에 입주했으니 27년째 이 집에 산다. 월남전 참전 탓에 얻은 고엽제 후유증에 15년간 시달리던 아버지 손수용(안토니오)씨도 지난해 10월 선종한 데다 한 살 터울 형 손요섭(요셉 33)씨는 일자리를 잃은 터라 살림에 도움이 안 된다. 조건부 수급비와 장애수당 55만 원과 대전 법동본당 빈첸시오회에서 지원하는 10만 원으로 근근이 연명한다. 수시로 오가는 병원비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입에 풀칠할’ 정도다. 그래도 한결같이 24시간 아들을 수발하는 유씨는 “요한이가 고통스러워도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몸을 떨며 잇몸을 깨물어 피가 나도록 괴로워할 때 힘이 돼 주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깝다”며 “자식이니까 선택의 여지 없이 보살피며 살아야 했지만 요한이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또 하느님 사랑이 얼마나 크신지를 알게 된 건 은총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는 건 바라지도 않고 그저 이 십자가의 길을 앞으로도 잘 걷게 되기를 요한이보다 하루만 더 살아 장례를 치러줄 수 있게 되기만을 기도한다”고 전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후견인 / 김인숙(율리아)
(대전교구 법동본당 빈첸시오회 회장)
의사 표현도 거동도 하지 못하지만 늘 밝은 표정으로 고통마저 은총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모자 가정입니다. 가장을 잃은 데다 뇌병변 복합장애 아들과 아르바이트 자리마저도 잃은 아들 둘을 보살피는 헌신적인 어머니에게 힘이 돼 주십시오.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손요한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5일부터 2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9)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