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다섯 자녀 힘겹게 키워 남편 실직으로 생계도 막막
▲ 급성림프종 환자 여현정(왼쪽)씨가 22일 면회온 남편 배원경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힘 기자
22일 경기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만난 급성림프종 환자 여현정(38)씨의 남편 배원경(41)씨는 가방에서 아내 사진을 꺼냈다. 4년 전 어린 자녀를 안은 사진 속 여씨는 예쁜 아내이자 엄마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무균실에서 만난 여씨 모습은 사진과는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달랐다. 비닐 모자를 쓴 머리숱은 대부분 빠져 있었고 후유증으로 콧잔등 피부가 녹아내려 까맣게 그을린듯한 모습이었다. 여씨는 두 달째 무균실에서 지내고 있다. 감염이 우려돼 어린 자녀들 출입이 제한되는 바람에 그동안 남편과 큰아들만 몇 번 만날 수 있었다.
경기 파주에서 다섯 자녀와 함께 살아온 이들 부부는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용접공인 남편 월급만으로 일곱 식구가 살기엔 늘 빠듯했지만 부부는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과 막내의 재롱 덕분에 부족한 줄 모르고 지내왔다.
남편 배씨는 청소년 시절부터 가족들과 헤어져 홀로 지내다시피 했고 여씨 또한 가난하고 외롭게 컸기에 20대 초반에 일찍 가정을 꾸려 오손도손 살았다. 아직 종교를 갖진 않았지만 부부는 하느님 선물인 생명을 소중히 여겨 낙태하지 않고 다섯 자녀를 낳아 기르고 있다.
아내인 여씨는 2010년 태어난 막내까지 다섯 아이 모두를 제왕절개로 분만했다. 당시 의사는 “산모의 생명과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며 만류했지만 여씨는 “태아도 엄연한 생명”이라며 낙태를 거부해 죽음을 각오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여씨가 급성림프종 진단을 받은 것이다. 2년 전부터 감기에 자주 걸렸는데 단순한 감기로만 생각한 게 화근이었을까. 일정치 않은 남편의 수입으론 월세 30만 원과 각종 세금을 빼고 나면 생활도 빠듯했기에 건강검진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남편 배씨는 10여 년 전 형제에게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수천만 원의 빚을 졌지만 월세방까지 줄여가며 성실히 일해 빚을 거의 갚아나가고 있었다. 앞으로 2년만 더 갚으면 빚을 모두 갚을 상황이었는데 아내가 아프면서 덩달아 일자리까지 잃었다. 회사가 아내와 자녀를 돌보기 위해 자주 자리를 비우던 배씨를 해고한 것이다.
용접 작업은 하루 12시간을 채워 일해야 어느 정도 수입이 생기는데 일자리를 잃어 월세를 못 내자 집주인은 매정하게 가족들을 쫓아냈다. 그래서 지금은 더 작고 곰팡이가 핀 셋방에서 지내고 있다.
배씨는 “병원비는 점점 늘어가는데 일거리는 줄어 막막하다”며 “‘아이들을 1년만 보육원에 보낼까?’하는 나쁜 생각마저 한 적이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후견인 / 이금진(이레나) 수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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