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세상 떠나고 자녀 힘겹게 돌봐 살던 집 헐리며 갈 곳 없어 시름 깊어
▲ 낡은 집이 헐리면 마르셀라씨 가족은 갈 곳이 없다. 마르셀라씨가 방에서 놀고 있는 남매를 바라보고 있다. 임영선 기자
단칸방 여닫이문 문풍지는 누더기처럼 찢겨 있었다. 방 벽은 온갖 낙서로 가득 차 있었고 방바닥에는 이불과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폐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허름한 집에 마르셀라(39)씨와 두 아이가 살고 있다.
세 식구가 이 낡은 집에 살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도로 확장 공사로 집이 헐리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집은 남의 집이다. 도시로 떠난 집 주인이 “돈은 내지 않아도 되니 관리만 하고 살아라”고 배려해줘 세를 내지 않고 살고 있다.
보상을 받지 못하고 이 집을 나가야 하는데 사글셋방 한 칸 구할 돈도 없다. 마르셀라씨는 “언제 집을 비워줘야 할지 몰라 하루하루 불안 속에 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필리핀에 살던 마르셀라씨는 2008년 한국인 남자를 소개받았다. 그해 가을 행복한 삶을 꿈꾸며 한국에 건너와 결혼을 했다. 한국 생활은 생각했던 것처럼 여유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남편은 어느 순간부터 일하는 시간보다 술을 먹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살림은 점점 쪼들려갔다. 유민(크레센시아 7)이와 민섭(요셉 5)이에게 옷 한 벌 사줄 수 없을 정도로 늘 형편이 어려웠다.
간 경화가 심해 수시로 입원했던 남편은 퇴원하면 다시 술을 입에 댔다. 입 퇴원을 반복하다가 지난 4월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가족에게 남겨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워낙 가난했지만 살길이 더 막막해졌다. 요양원에서 빨래하는 일을 구했지만 월급이 100만 원 남짓이다.
그는 “집을 구하는 건 둘째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너무 힘겹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엄마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터뷰 내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좁은 방을 뛰어다녔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마르셀라씨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미안하다고 했다. “집이 없어지면 어린 남매를 데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마르셀라씨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다. 두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는 작은 집이라도 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그는 “늘 아이들 걱정뿐”이라며 “나는 힘들게 살더라고 아이들만큼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후견인 / 안영배 신부(안동교구 풍양농촌선교본당 주임)
이주민 여성이 남편 없이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마르셀라씨는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댈 곳 없는 마르셀라씨 가족이 조그만 집이라도 구할 수 있도록 기도와 따뜻한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마르셀라씨 가정에 도움을 주실 독자는 14일부터 20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9)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