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질환으로 투병하며주님께 의탁
▲ 한춘자 할머니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남정률 기자
한춘자(루치아 79 서울 신대방동본당) 할머니는 서울 신대방2동 반지하 월세방에서 함께 사는 아들(57)과 마주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20여 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정신지체 2급인 아들은 온종일 넋을 놓고 생각에 잠겨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아들은 툭하면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기곤 했다. 3년 전 충남에 있는 한 정신병원에 4년이나 방치돼 있던 아들을 집에 데려올 수 있었던 것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해둔 덕분이었다. 이런 아들을 돌볼 이는 세상천지에 할머니 혼자다. 십자가도 이런 십자가가 없다.
아픈 아들을 보살펴야 하는 할머니도 나다닐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아픈 데가 많은 환자다. 6년 전 넘어져 어깨 인대가 끊어지는 바람에 어깨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양쪽 무릎에 인공 연골을 삽입하는 수술도 받았다. 앉았다가 일어서기가 불편해 대부분 의자에 앉아 지낸다. 지난해에는 백내장 수술을 받았고 갑작스러운 안면 신경마비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할머니는 그런 몸을 이끌고 폐지를 주우려고 매일 집을 나선다. 폐지 값이 너무 내려가 한 달 10만 원 벌이가 힘들다. 그래도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 할머니의 형편이다.
정부의 기초생활수급 지원비와 노인연금 아들의 장애연금을 합친 수입이 월 80여만 원. 월세 40만 원과 공과금 병원비를 제외하고 나면 한 달 생활하기가 너무 빠듯하다. 겨울에는 도시가스 난방비가 10만 원 넘게 들어 더 고통스럽다. 지금은 집주인의 배려로 시세보다 싼 월세로 살고 있지만 언제 이사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제대로 걷기조차 불편한 할머니가 폐지라도 줍지 않으면 그나마 생활마저 유지하기 어렵다.
할머니가 살아가는 힘은 신앙이다. 아무리 아파도 주일 미사를 거르는 법이 없다. 할머니는 “성당에 가면 숨통이 트이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면서 “묵주기도도 매일 빼놓지 않고 한다”고 말했다.
“아들이 제일 걱정이지요. 내가 죽은 뒤 아픈 아들은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피가 마르는 것 같습니다. 아들 먼저 보낸 다음에 내가 죽어야 하는데 어디 내 뜻대로 되겠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내 십자가인데 어쩔 도리가 없죠.”
할머니는 “이렇게라도 사는 게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또 “자꾸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쳐 미안하다”고 했다.
아들은 세상을 잊었지만 노모는 그런 아들을 잊을 수 없다. 병들고 가난한 할머니는 또 폐지를 주우러 집을 나섰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후견인 / 김효순(마리안나)
서울 신대방동본당 12구역 1반장
루치아 할머니와 아드님의 사정이 너무 딱합니다. 여든 나이에 매일 아픈 몸을 이끌고 폐지를 주우러 다니시는 할머니에게 독자 여러분이 힘을 보태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한춘자 할머니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6일부터 12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36)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