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져 누운 남편과 딸… 엄마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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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옥(왼쪽)씨는 14년째 누워 지내는 딸 한유경씨 곁에서 하루종일 욕창 방지를 위해 자세를 바꿔주고 대소변을 받아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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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철 요셉 사목위원 |
아픈 식구 홀로 돌보는 임선옥씨
14년째 전신마비로 누워있는 딸
남편도 알츠하이머·뇌경색 앓아
부양 자식 있어 비용 지원 한계
아빠, 엄마, 딸. 세 사람이 사는 집에 환자가 셋이다.
전신마비로 꼼짝도 할 수 없는 딸이 14년째 침대에 누워있고 4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아빠 역시 침대에 누워 지낸다. 두 사람을 돌보느라 70대 엄마는 허리디스크에 골다공증, 협심증까지 왔다. 작은 집 방마다 환자 침대가 하나씩 뉘어져 있고 엄마는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1년 365일 간호에 매달리고 있다.
엄마 임선옥(요안나, 73)씨는 딸 유경(마리아, 42)씨가 쓰러지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3년 6월 잠시 외출 나간다던 딸이 병원에 실려갔다는 전화를 받았다. ‘건강한 애가 웬 병원인가’ 싶었는데 온 가족이 다 와야 한다는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 갑자기 길에서 쓰러진 유경씨는 병원에 실려가는 동안 저산소증이 왔고 뇌병변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전신이 굳으면서 쓰러졌던 당시 그대로 입도 다물 수 없고 눈도 깜빡일 수 없게 됐다. 결혼을 앞둔 스물일곱 유치원 교사였던 유경씨는 올해 42살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빠 한광수(요한, 78)씨도 상태가 좋지 않다. IMF 당시 사업 실패로 건강을 잃었던 한씨는 알츠하이머와 뇌경색을 앓게 됐다. 감각이 둔해져 대소변이 나오는 걸 느끼지 못하고 기억도 오락가락해 옛날 기억만 일부분 남아있다.
경제 상황도 여의치 않다. 유경씨만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을 받고 있고 부모는 다른 부양 자식이 있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령연금 일부와 엄마 임씨가 딴 요양보호사 자격증에서 나오는 가족요양비로 생활비와 병원비를 충당하고 있다. 고향에서 큰 과수원을 하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과거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엄마를 지탱해주는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앙이다. 쓰러진 딸을 처음 마주했던 성모병원에서 몇 날 며칠을 울다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기도해주는 수녀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로 세례를 받고 유경씨도 대세를 받았다. 엄마는 딸의 침대 곁에 성모상을 두고 늘 기도하며 귀에 대고 사랑을 속삭여준다.
“엄마는 세상에서 유경이를 제일 사랑해. 엄마의 전부는 너야."
모든 감각이 마비됐지만, 엄마는 딸이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딸이 좋아했던 노래를 틀어주고 손을 만져주면 가끔 손가락 한두 개를 움직여 엄마에게 응답한다. 임씨는 그런 딸을 보면서 “늘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
▨후견인 / 김영철 요셉
서울 오금동성요셉본당 사목위원
의료급여 혜택이 안되는 부분이 많아 임선옥씨 가정은 주민센터 지원금으로 겨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사랑과 용기를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임선옥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7일부터 13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15)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