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합병증으로 쓰러진 70대 박씨, 지하방 먼지에 기침과 천식 심해져
▲ 서울 녹번동본당 조춘옥(빅토리아, 오른쪽) 사회사목분과장이 눈물을 흘리는 박재희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
“죄송합니다. 하느님 믿는 사람이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약이 있으면 먹고 죽고 싶어요.”
박재희(유스티나, 77, 서울 녹번동본당)씨는 “몸이 너무 아파 차라리 죽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이런 말을 해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박씨는 매일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한 다세대 주택 지하. 노란불이 켜진 채 돌아가는 공기청정기가 이곳의 공기 상태가 어떤지 말해줬다. 몇 달 전 넘어져 제대로 걷기 힘들다는 박씨는 침대에 앉아 연신 기침을 했다. 최근에는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다 또 한 번 넘어졌다. “2007년 폐렴 합병증으로 쓰러졌어요. 그 뒤로 기관지 천식을 앓고 있습니다.”
지하방의 특성상 방 안으로 먼지가 많이 들어온다. 특히 밖에서 차가 지나가며 발생하는 먼지나 누군가 피운 담배 연기가 방안으로 들어올 때면 곧바로 기침이 시작된다. 기침이 한번 시작되면 보통 3시간은 기본이고, 한 달간 멈추지 않을 때도 있다.
이뿐만 아니다. 만성 위궤양, 퇴행성관절염, 목과 허리 디스크, 골다공증, 고혈압 등 박씨가 앓는 병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면역력 저하로 수술 치료는 포기한 지 오래다. 병마는 밤에 박씨를 더 괴롭힌다. 낮보다 기침이 더 심해지고 낮에는 없던 온갖 통증이 찾아온다. 극심한 통증으로 밤새워 뒤척이기 일쑤다. 그러다 해가 뜰 무렵 겨우 눈을 붙인다. 이렇다 보니 박씨는 성당에 나가기는커녕 사람을 만날 수도 없다. 가족도 없는 그는 하루 36알의 약을 삼키며 버티고 있다.
박씨는 젊은 시절 꽃이 좋아 꽃집을 했었다. 꽃과 함께 살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꽃꽂이도 가르쳤다. 그때 만난 수녀님들의 모습이 좋아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IMF를 겪으면서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다. 빚을 내 꽃집을 계속 운영했지만 그마저도 힘에 부쳐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아야 했다. 이후 그는 계속해서 삶의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박씨는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다. 매달 62만 원을 받지만, 대부분은 약값으로 나간다. “저는 다른 사람에게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 오래 살아서 나랏돈만 축낼 것이 아니라 빨리 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이런 그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계단이 없고 바람이 잘 통하는 집에서 사는 것이다.
박씨의 유일한 낙은 가톨릭평화방송을 통해 미사를 보고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는 일이다. “하느님, 저 좀 살려주세요. 성모님 저 좀 도와주세요. 그렇게 기도해요.”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후견인 : 강용덕 비아토르 / 서울대교구 녹번동본당 사목회장
질병과 주거환경의 어려움과 고통 속에도 신앙에 의지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박재희 자매님께 주님 사랑이 전달되도록 많은 기도 부탁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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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3월 5일부터 3월 1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