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란(첼리도니아, 73, 서울대교구 자양동본당)씨는 투병 전까지 본당에서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했다. 폐지 줍기, 공공 근로로 생계를 어렵사리 유지하면서도, 늘 이웃을 돌보는 데 힘썼다. 본당 신자들을 위해 구역반장까지 도맡아 했었다. 적은 수입에도 하나뿐인 손주와 손잡고 성당 가는 낙으로 하느님의 자녀로서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원인 모를 통증이 밀려왔다. 119구급차로 호송되어 도착한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대장암 4기였다. 암은 이미 간까지 전이돼 있었다. 빵 한 쪽도 나눠가며 다른 이를 위해 봉사해온 터라 자기 자신은 돌볼 새가 없었다.
여섯 차례 받은 항암치료의 여파는 가혹했다. 혀와 피부는 새카맣게 변했고, 갈라진 손끝에서 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몸은 앙상하게 말랐다. 입안이 헌 탓에 음식을 제대로 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몸무게가 3개월 만에 20kg이나 줄었다. 먹기 편한 환자식이 간절하지만, 보증금 500만 원에 매달 30만 원씩 지출되는 월세와 병원 방문 때마다 드는 20~30만 원가량의 병원비를 생각하면 꿈도 꿀 수 없다.
매달 지원받는 기초생활보장수급비 50만 원으로는 병원비를 충당할 수 없다. 건축 공사 현장에서 근무했던 남편은 일하던 도중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오래전 세상을 떠났다. 외동딸은 홀로 자녀를 돌보느라 엄마 박씨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다.
아프기 전까지 일을 하며 모아둔 돈으로 그간의 수술비와 병원비를 어찌어찌 메꿨지만, 이제 그마저도 남아있지 않아 걱정이 큰 상황이다. 30kg대로 앙상해진 그가 앞으로 6번 남은 항암치료를 마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씩씩하다. 수술 직후 꿈속에서 성모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박씨 앞으로 성모님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꿈이었다. 그는 “성모님이 저를 위해 기도해주셔서, 그래도 잘 회복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남은 항암치료도 잘 받아서 꼭 병을 이겨내고 싶다”고 밝혔다.
박씨는 완치 진단을 받고 나면 할 일이 많다. 할머니가 아프다는 이유로 미사 참여에 소홀해진 손주를 데리고 다시 성당에도 나가야 하고,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도 굴뚝같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의 현재 바람이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후견인 : 조미경 로사(서울대교구 자양동본당 사회복지분과장)
박경란 자매님은 9년 전 세례를 받고 줄곧 이웃을 위해 봉사해오셨습니다. 자매님이 신체의 아픔을 딛고, 이웃들에게 깊은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사랑 부탁드립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박경란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3월 26일부터 4월 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