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속죄의 날을 보내며 부활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영어의 몸인 이들에게는 주님 부활의 빛이 더 필요한데요.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어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재소자들과 함께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현장에 남창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현장음]
사제가 낮은 자세로 앉아 한 재소자의 발을 정성스레 씻어줍니다.
섬김을 강조한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이 피어나는 발씻김 예식의 순간입니다.
<송정섭 신부 /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우리가 무슨 이유로 여기에 와 있든, 우리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든, 예수님께서는 그럼에도 나는 아직 너희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나는 너희를 끝까지 지켜보며 사랑할 것이고 그러니 너희도 조금만 용기를 내서 다시 일어나라.”
지난 6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가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주최로 봉헌됐습니다.
송정섭 신부는 강론에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부활을 믿고 살아가는 신앙인의 자세“라고 강조했습니다.
<송정섭 신부 /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여러분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에는 그 어떤 조건도 없고, 그 어떤 한계도 없습니다. 그러니 몸이 갇혀있다고 해서 우리가 마음까지 갇혀있는 그런 상태로 여기에서 주저앉아 계시지 마시고 우리도 여러분도 우리 함께 다 빛의 사람들로 그렇게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로써 죄를 씻고 그리스도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세례식도 거행됐습니다.
[세례식 현장음]
이날 두 명의 재소자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이들은 빛의 자녀를 상징하는 촛불을 쥐고 기도했습니다.
수감 생활은 자기 자신을 잃으면서 시작됩니다.
입소와 동시에 수감번호로만 불리는 재소자들.
한 재소자는 수감번호 대신 ‘아녜스’라는 세례명이 생긴 것에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전했습니다.
사회교정사목위 사제와 봉사자들 덕분에 수감 생활 중 27년 만에 고해성사를 본 재소자도 있습니다.
그는 냉담을 푼 뒤 “매일 묵주기도를 하며 하느님께 의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남은 수감 기간 동안 다른 재소자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는 1970년부터 재소자와 출소자들을 위해 사목을 펼쳐왔습니다.
판결문 한 줄로 정해진 재소자들의 형벌 너머, 그들을 회개의 길로 이끌고 위로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김은정 안나/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봉사자>
“(봉사할 때) 우리는 그냥 스쳐가는 건데 그분들이 우리를 봤을 때는 그냥 스쳐가는 게 아니구나. 우리의 작은 못짓이나 말 한마디가 그분들한테는 큰 보탬이 되고 위로도 될 수 있다는 게 그때 느껴지더라고요.”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예수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가르침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사랑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CPBC 남창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