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한센인 위해 봉사, 소록도에선 추모 미사 봉헌
마가렛 간호사. 김연준 신부 제공
한센인 돌보는 마가렛(왼쪽)과 마리안느 간호사. 가톨릭평화신문 DB
‘소록도의 천사’ 마가렛 피사렉(Margareth Pissarek)씨가 9월 29일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선종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40여 년간 전남 고흥군 소록도 마을에서 한센인을 돌본 간호사로, 동료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oeger, 89)씨와 ‘한센인들의 엄마’, ‘소록도의 천사’로 불려 왔다.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이사진이 최근 명절 인사차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가 부음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고인은 대퇴부 골절로 수술을 받다 급성 심장마비로 선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간호대학 졸업 후 1966년부터 소록도에 머물며 한센병을 돌본 고인은 전염에 대한 우려가 컸던 당시, 마스크, 장갑 등 보호장구도 없이 큰 사랑의 마음으로 한센병 환자를 돌봤다. 이후 공중보건 및 복지향상을 위해 공중 목욕시설, 결핵센터, 정신병원, 시각 장애인 시설 등을 세우는 등 한센인들의 삶을 위해 헌신했다. 그렇게 두 간호사는 소록도에서 월급도, 연금도 받지 않고 공식 근무 기간을 넘어 평생을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했고, 2005년 편지 한 장만 남기고 홀연히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이후 두 천사 간호사를 위한 노벨평화상 추천 운동이 국내에서 펼쳐지기도 했으며, 소록도본당 주임을 지낸 김연준 신부는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설립하고, 이들의 정신을 잇는 사업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고인의 선종 소식에 고흥군은 추모 현수막을 내걸었고, 소록도 마을 한센인들은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대교구도 4일 임동성당에서 고인의 숭고한 삶을 기리는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