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시인 이일향(세레나)씨가 2일 선종했다. 향년 94세.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5일이며,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천주교용인공원묘원이다.
고인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어머니로 사조그룹의 명예회장을 지냈다. 이 시인은 시조계 거장인 고 이설주 시인의 딸이기도 하다.
고인은 1953년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문학과에 입학해 문학도의 꿈을 품었지만 이듬해 자녀 양육을 위해 학교를 중퇴했다. 다섯 남매를 키우며 평범한 주부로 살았던 그는 40대 후반이던 1979년 남편과 사별 후 정완영 선생에게 시조를 배우며 그리움과 상실감을 극복했다.
이어 1983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본격적으로 시조 시인의 길을 걸었다. 작품집으로 「지환을 끼고」, 「밀물과 썰물 사이」, 「기도의 섬」 등 15권이 있다. 고인은 윤동주문학상, 노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6년에 출간한 시조집 「노래는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다」는 구상문학상을 받았다. 1983년 남편의 호를 딴 취암장학재단을 세우고 이사장을 맡아 인재양성과 교육발전에 헌신하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내게 시란 나에 대한 구원이자 생명의 연장, 하느님에 기댄 묵상”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