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물관 역사의 산 증인으로 불린 이난영(레지나)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이 8일 선종했다. 향년 90세. 장례 미사는 9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대성당에서 봉헌됐다. 장지는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다.
‘한국 최초 여성 학예연구사’이자 ‘여성 고고학자 1호’였던 고인은 1934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과대학 사학과를 졸업한 뒤 1957년 국립박물관에 입사했다. 1967~1969년 일본 릿쿄대학과 미국 하와이대학에서 박물관학 과정을 이수한 후 단국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박물관에서 쓰는 소장품 관리체계의 기틀을 세우는 데도 큰 공을 세웠다. 한국미술사학계의 금속공예 연구를 시작했으며, 1979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고위직 국가공무원인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이 됐다. 1986년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에 임명되었다. 1993년부터는 부산 동아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로 옮겨 후학을 양성했다. 저서로는 「신라의 토우」·「한국 고대의 금속공예」·「박물관 창고지기」 등이 있으며, 2009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씨는 197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가톨릭교회 유물에 매료돼 세례를 받았다. 그는 박물관 지하창고에서 유물을 옮기고, 발굴 현장에 따라다니며 곰팡이 알레르기를 진단받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