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성매매 여성 쉼터 ‘막달레나의 집(현 막달레나공동체)’을 세운 메리놀수녀회 문애현(요안나, Jean Marie Maloney) 수녀가 11월 28일 밤 9시(현지 시각) 미국 뉴욕 메리놀수녀회 본원에서 선종했다. 향년 94세.
장례 미사는 수녀회 본원에서 봉헌될 예정으로 일시는 미정이다. 시신은 뉴욕 수녀회 묘지에 안장된다. 고인이 70년간 선교한 한국에서는 7일 오후 3시 서울 합정동 국제가톨릭형제회(AFI) 전·진·상센터에서 추모 미사가 거행된다. 메리놀외방전교회 안구열·마필운 신부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오기백 신부가 공동집전한다.
1930년 뉴욕에서 태어난 문 수녀는 1950년 메리놀수녀회에 입회했다. 1953년 첫 서원 후 한국 선교사로 파견, 2023년 건강상 이유로 고국에 돌아갈 때까지 줄곧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곁을 지켰다. 6·25전쟁 휴전 직후 피란민으로 붐비던 부산 메리놀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를 시작한 문 수녀는 동료 20명과 하루 2000명이 넘는 환자를 돌봤다. 새벽부터 문 앞에 길게 늘어선 환자들에게 표를 나눠주다 ‘문 앞의 수녀님’이란 별명을 얻자 발음이 같은 ‘문(文)’을 한국 성으로 정했다.
문 수녀는 1956년 증평 메리놀의원에 이어 1963년 강화 메리놀병원에서 근무하고 가톨릭노동청년회(JOC) 활동도 했다. 1970년대 중반은 서울 가리봉동에서 구로공단 노동자들과 동고동락했다.
막달레나공동체 설립은 1984년 10월 아시아·오세아니아 수녀연합회 현장 교육차 용산 성매매 집결지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용산역 인근 단칸방에서 성매매 여성을 상담해주던 이옥정(콘세크라타) 막달레나공동체 대표를 만난 문 수녀는 그들의 삶을 알게 됐고, 이 대표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했다. 서울대교구 서유석 신부(1954~2023)와도 뜻을 모은 두 사람은 이듬해 7월 22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지원을 받아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성매매 여성 쉼터 막달레나의 집(2005년 사단법인 막달레나공동체로 개편)을 용산에 세웠다.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1922~2009)도 이곳에 자주 들러 위로와 응원을 전했다.
문 수녀는 20년 넘게 막달레나의 집 공동대표이자 성매매로 내몰린 여성들의 ‘친정 엄마’로 살며 탈(脫)성매매와 재활을 도왔다. 또 여성·노동·통일운동에도 동참했으며, 말년에는 영적 나눔에 힘썼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