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 25일 명동대성당
김수창 신부가 회고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이자 한국 교회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수창(야고보) 신부가 2월 23일 병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90세.
1936년 평안남도 용강에서 태어난 김수창 신부는 1962년 사제품을 받고 명수대(현 흑석동)본당 보좌로 사목을 시작했다. 이후 독일에서 3년간 유학했으며, 1969년 귀국해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현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지도 신부·한국 가톨릭노동청년회(J.O.C) 지도 신부로 사목했다. 이후 왕십리·이문동본당 주임을 거쳐 교구 사목국장에 임명됐다.
1979년부터는 홍제동·명동 주교좌·청담동본당 주임을 역임했으며, 절두산순교기념관 관장 겸 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1991년부터 화양동·잠원동본당 주임을 지낸 김 신부는 한국교회사연구소 이사장에 이어 다시 절두산순교기념관장 및 교구 순교자현양위원장으로 활동하다 2003년 사목 일선에서 물러났다.
‘평신도들의 대부’로 불린 김 신부는 교구 공동체 안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앞장섰다. 홍제동본당 주임일 때 가난한 이들을 위해 한국 최초로 성당 장례식장을 설치해 가톨릭 상장례 토착화를 이끌었다. 잠원동본당에서는 본당 내 의사·약사·간호사·호스피스 봉사자들로 구성된 방문 간호 체계를 조직해 본당 사회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교구 사목국장 시절에도 평신도 성체분배 봉사 제도를 도입, 평신도가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밖에도 교구 행정과 사목 정책 수립에 두루 이바지했으며, 교구 소신학교를 폐지하고 예비신학생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성소 양성 체계 개편에도 참여했다.
김 신부는 또 절두산 순교성지 연수 사제·주임으로 봉직하고, 한국교회사연구소 이사장과 순교자현양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교회 순교 신앙의 역사적 의미를 연구·조명하는 데에도 힘썼다. 특히 교회사를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신앙을 비추는 토대로 이해하며, 역사 연구와 사목 현장을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
저술과 번역 활동도 활발했다. 김 신부는 사제수품 25주년을 기념해 강론집 「세상을 책임질 사람」을, 30주년에는 기념 묵상·강론집 「종살이 30년에」를 펴냈다. 50주년에는 성지 순례기와 여행기를 엮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를, 60주년에는 사제 삶을 회고한 「세월은 흘러도」 등을 출간했다.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경기도 여주 운촌리에서 생활하며 인근 수도회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지역 본당에서 사목 활동을 도왔다.
고인의 빈소는 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됐으며, 2월 23일 오후 4시부터 조문할 수 있다. 장례미사는 25일 오전 10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된다. 장지는 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이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