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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여보, 제발 다시 일어나요!"

제때 치료하지 못해 남편 뇌출혈 더욱 악화, 빚은 여전한데 남편 간호에 돈도 벌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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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박용현씨가 남편 주세현씨에게 죽을 떠먹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의 한 병실.
 키가 150㎝ 될까 말까한 박용현(마리아, 42)씨는 죽 한 술을 떠서 남편(주세현, 요셉, 44) 입에 들이민다. 고개를 떨군 남편은 아기처럼 곧잘 받아먹는다.
 남편은 한 입 받아먹고 눈을 깜박거리며 천장을 바라보더니 "여기가 어디야?"라고 묻는다. 박씨는 자신이 어디에 누워 있는지도 모르는 남편을 바라보며 소리없이 흐느껴 운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남편이 급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진 건 3월이었다. 남편은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왔다.
 검사 결과 6년 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뇌에 무리가 갔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부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 진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왔다. 두 아들과 좁은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터라 수술은커녕 병실에 누워 있을 여유도 없었다.
 그때부터 남편은 약국을 드나들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박씨는 손이 부르틀 정도로 설거지를 하며 식당을 전전했다. 고등학생 두 아들은 학교에서 바자가 열릴 때마다 500원에 교복을 구입해 입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 남편의 몸은 다시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 응급차가 달려오고 남편은 곧장 수술실로 들어갔지만 이미 남편의 뇌 반쪽에 피가 고여 흐르고 있었다. 4시간의 수술 끝에 의사는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박씨는 홀로 병실에 돌아와 소리없이 울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어려운 생활을 해 오면서도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작정 보따리를 싸 함께 살아온 남편이었다. 결혼식도 올리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지만 서로 사랑하며 행복했다.
 밤새 남편 수발을 들다 오전에는 성내동에 있는 옥탑방 집으로 향하는 박씨. 그는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하며 아이들 반찬거리를 챙긴다.
 "아이들이 라면으로 끼니를 떼워도 불평하지 않고 착하게 커줘 고맙기만 하다"고 했다. 박씨는 "집이 좁아 남편과 함께 부엌에서 웅크리고 자야했지만 지금은 그 고생조차 그립다"며 흐느꼈다.
 현재 박씨 가정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갚아야 할 빚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밀린 병원비만 해도 1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남편의 의식이 서서히 살아나는 듯 하지만 여전히 돈이 문제다.
 서울대교구 성내동본당 박성준(바오로) 사회사목분과장은 "마음 약한 이 분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십시일반 작은 정성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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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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