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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소아암으로 다리 절단한 손자와 힘겹게 사는 박춘란 할머니

"의족한 손자 보면 마음이 저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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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지방에 있는 병원서 알코올 중독 치료 중
컨테이너 집 마저도 개발로 언제 사라질 지 몰라


 
▲ 컨테이너 집 마당 평상에 앉아 시름에 잠겨있는 박춘란 할머니. 관절염으로 아픈 무릎 통증을 파스 한 장으로 견디고 있다.
 

벌써 5년째 비좁은 컨테이너 집에서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박춘란(체칠리아, 75, 인천 대야동본당) 할머니는 소아암에 걸려 어린 나이에 한 쪽 다리를 절단한 손자 최영호(가브리엘, 17)군을 보면 자꾸만 눈물이 난다. 부모사랑 제대로 못 받고 자란 것도 서러울 텐데 돈 때문에 자르지 않아도 될 다리를 잘라낸 것 같아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가난한 삶을 지탱하는 것도 힘든데, 가난 때문에 어린 손자의 다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더욱 견딜 수 없었다.
 영호는 어릴 때 소아암에 걸렸다. 열한 번이나 반복된 뼈 이식 수술. 그러나 종양은 다리를 잠식해 들어갔고,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평생을 의족에 의지한 채 살아야 한다.
 "돈만 있었더라면 제대로 수술 받아서 치료했겠죠."
 박 할머니와 손자 영호군은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 주택가 입구 공터에 놓여 있는 허름한 컨테이너 집에 산다. 5~6평 남짓한 공간을 세 칸으로 나눠 방과 부엌, 화장실로 꾸민 집. 방이라고 해야 책상 하나 놓고 나니 두 명이 제대로 발을 뻗을 공간조차 없다. 수돗물과 전기는 이웃집에서 끌어다 쓴다.
 여름에는 찜통 더위로 한증막과 다름없는 불가마의 고통을 겪어야 하고, 겨울에는 문틈으로 스며드는 칼바람에 견디기 힘들다. 바닥에 전기온돌을 깔았지만 전기료가 무서워 엄동설한 추위에도 그냥 떨며 지낸다. 컨테이너 집 바로 옆을 흐르는 개천에서는 오폐수 악취가 코를 찌른다.
 수입이라곤 정부에서 나오는 생계보조금과 손자의 장애수당, 대야동본당 빈첸시오회 지원금 등 월 50여만 원이 전부다. 그나마 지방병원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 중인 아들 병원비로 매달 20만 원을 보내고 나면 두 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 박 할머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지를 주워다 팔아 반찬값이라도 보탰지만 지금은 관절염이 심해져 걷는 것조차 힘겹기만 하다.
 박 할머니의 삶이 처음부터 이토록 고단했던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 손자가 세 살 되던 해, 성실하기로 이름났던 아들 최명수(베네딕토, 46)씨가 이혼 후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면서 모든 게 엉망이 됐다. 아들은 부인이 집을 나간 후 삶의 의욕을 잃고 생계를 돌보지 않았고, 툭하면 술을 입에 대다보니 심각한 알코올 중독에 걸려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들이 밀린 카드 빚 등을 갚지 못해 살고 있던 작은 빌라도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거리로 나앉게 되자 주위 사람들 도움으로 겨우 컨테이너 집을 마련해 살고 있다.
 앞으로 살아갈 일이 더 막막하다. 박 할머니 본인도 심장질환과 고혈압, 관절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한 움큼 되는 약을 입에 떨어 넣으며 버티는 형편이다.
 걱정거리는 또 있다. 주변지역 재개발이 시작되면 컨테이너 집을 철거해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새로 기거할 곳을 구하지 못하면 길거리로 나앉을 처지다.
 "이렇게 살아서 뭘하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몸이 불편한 손자 걱정에 맘대로 죽지도 못해요." 박 할머니는 금세 눈물을 글썽였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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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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