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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윤수남 할머니

"혼자 누워있는 사람이 더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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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춘안(왼쪽)씨가 바닥에 물이 새 신문지를 깐 반지하방에서 사는 노부부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있는 한 고층아파트. 숨이 차고 무릎이 찢어지는 고통에도 윤수남(71) 할머니는 계단 청소를 멈출 수 없다. 인력 감원으로 젊은 사람도 해고되는 요즘, 힘들어도 일할 수 있는 게 감사할 뿐이다.
 젊은 시절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한 남편 염창수(74) 할아버지의 수입으로 자식 넷을 키우는 게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살만했다.
 1983년 할아버지가 뇌병변으로 쓰러져 장애판정을 받고나서 할머니의 생계를 위한 힘든 여정이 시작됐다. 그후 20년 넘게 할머니가 청소일로 생계를 책임져왔다. 청소로 버는 월 40만 원이 수입의 전부지만 할아버지 약값과 공과금을 내면 남는 게 거의 없다. 그나마 직장이 있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편을 볼 때마다 할머니는 가슴이 더 미어진다. 유일한 휴식처인 반지하방은 바닥에 물이 새고 사방에 곰팡이가 피어 노부부는 천식과 피부병으로 지쳐만 간다.
 자식이 넷이나 있지만 먹고살기 힘들어 가르치질 못했고, 모두 어렵게 산다. 지금은 아예 연락마저 끊어진 상태다. 노부부는 서류상 자식이 있기에 국가로부터 기초생활수급권자 혜택도 받지 못한다. 연락을 끊은 자식을 원망도 할 법 하지만 할머니는 자녀들에게 미안한 생각뿐이다. "해준 것도 없고 가르치지도 못했는데, 얼마나 힘들게 살면 연락도 못하겠어."
 이런 할머니 가족을 한 동네에 살며 돌봐주는 강춘안(에스델, 39)씨가 큰 위안이다. 강씨 자신도 맞벌이에,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고 자식을 키우며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런 중에도 윤 할머니에게 하는 것이 지극 정성이다. 기초수급권자만 되도 나라에서 지원을 받을 텐데, 자녀들이 있기에 아무런 도움도 못 받는 게 너무 안타깝다는 강씨.
 윤 할머니는 신자가 아니다. 항상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강씨만 보면 성당에 다니고 싶지만 생계라는 산에 막혀 마음만 있을 뿐이다. 이런 할머니가 아침ㆍ저녁으로 항상 자신을 도와주는 강씨와 그 가족들을 위해서 하느님께 기도한다. 물론 교리도,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 지도 모르지만 하루도 기도를 거르지 않는다.
 앞으로 희망이 뭐냐는 질문에 "희망? 여기 애기 엄마 손잡고 함께 성당 가는 거, 난 그게 소원이야"라고 말하는 할머니. 할머니 얼굴에 잠시 웃음이 스치지만 성당 가는 길은 멀게만 보인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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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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