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봉사자가 발달장애, 정신지체 아동 방과 후 교실 `꿈을 씻기우는 손` 계단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내며 아이들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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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주택에 `꿈을 씻기우는 손`이라는 작은 간판이 걸려있다.
방에 들어서니 찬기가 발바닥으로 스며 몸이 떨린다. 발을 움츠리자 봉사자가 얼른 자기 슬리퍼를 벗어서 신으라고 건넨다.
꿈을 씻기우는 손은 수유동 지역 발달장애ㆍ정신지체 아동들의 방과 후 교실이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이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건물 중 지상 1층을 보증금 48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에 빌려 지난 9월 문을 열었다. 72㎡ 넓이에 방 두 개, 작은 부엌, 화장실 하나다. 20년 동안 피아노학원으로 쓰이던 이곳은 난방을 하지 않아 난방 배관이 다 낡았다. 방과 후 교실을 열면서 전기 판넬을 깔았지만 아이들이 없을 때는 전기료를 아끼려 난방을 하지 않는다.
이용인원이 10명이 넘어야 인가를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이용하는 아이는 5명뿐이라 정부 지원은 받을 수 없다. 방과 후 교실 설립을 준비하며 2001년부터 알음알음 모은 후원회원 후원금과 부모 회비, 수유동본당 빈첸시오회에서 도움받는 한 달 5만 원이 운영비의 전부다. 등ㆍ하원을 시켜주는 차량이 있으면 아이를 보내겠다는 부모는 있지만 지금 형편에 차량 운행은 꿈같은 얘기다.
방 하나는 교실로, 방 하나는 사무실로 이용하는데, 교사는 단 한 명뿐이다. 인가받지 않은 시설, 적은 임금이 불 보듯 뻔해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 사무실은 아이 부모들이 돌아가며 당번을 정해 지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유동본당 신자들이 봉사자로 나서 청소 등을 거들어주는 것이다. 수유동본당 부주임 이승주 신부도 지도 신부로 나섰다.
"교회 도움이 아니었으면 교실 마련은 불가능했을 거에요. 감사할 뿐이지요."
공동대표 이영미(클라라, 41, 수유동본당)씨는 "시설을 꾸리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첫째는 아이들을 위해, 둘째는 도움 주신 분들께 도의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사실 부모들이 사회복지사업을 할 수는 없어요.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대부분 정신지체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택하는 방법은 빚을 내서 건물을 산 다음 시설을 마련해 법인에 그 시설을 기증하는 것입니다. 모든 권한을 포기하고 그때부터는 죽을 때까지 빚을 갚는 것이지요. 저희 시설도 인가를 받고 법인화되면 부모들은 운영에서 물러나 후원회원을 모을 겁니다. 저희가 죽은 후에도 완벽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이요."
이 교실이 그들 사후에도 자녀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장애아동과 부모들이 이용할 수 있다면 편히 눈을 감겠다는 부모들에게서 비장함이 엿보였다.
홍기일(베드로) 수유동본당 사회사목분과장은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난방비는 갈수록 많이 들 텐데, 미등록시설이라 도움 받을 곳이 없다"며 평화신문 독자들 관심과 후원을 요청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