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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

투병생활하는 지적장애인 임향숙(원주 요안나의 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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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집에 가자고 조르는 임향숙씨를 남경희 원장이 다독거리고 있다.
 

원주시 원주기독병원에 입원해 있는 임향숙(아가타)씨를 병실에서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분명히 55살이라고 들었는데 직접 만나 보니 겉 모습은 70대 할머니였다.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인 데다가 20여 년 전 쓰레기를 태우다 옷에 불이 붙는 바람에 전신에 화상을 입어 제 모습을 잃어버린 탓이었다.

 잔뜩 겁먹은 얼굴로 침대에 웅크린 채 앉아 있는 임씨에게 아픈 데를 물었더니 이마에 손을 갖다댔다. 열이 난다는 뜻이다. 임씨가 살고 있는 요안나의 집(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장애인 공동생활시설) 원장 남경희(요안나)씨가 집에 가고 싶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집에 빨리 가고 싶어요"라면서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앓는 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길이 없는 임씨는 그저 집에만 가고 싶단다. 마치 집에만 가면 금방이라도 나을 것처럼….

 임씨는 지난 12월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처음 이 병원을 찾았다. 심장을 싸고 있는 심낭(주머니)에 물이 차서 심장을 압박하는 심낭 삼출액 때문이었다. 물을 빼내는 수술을 한 뒤 퇴원했지만 1주일 만에 호흡 곤란 증세가 다시 찾아와 재차 입원했다. 2차 입원 후 심낭과 폐를 둘러싼 삼출액을 지속적으로 제거하고 항생제를 투여했지만 증상이 호전되기는커녕 열이 계속 나고 상태가 점점 나빠져 지금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문제는 심낭 삼출액의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조직검사를 해보고 결핵약과 항생제를 투여해도 전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다른 장기의 암이 전이된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료진 소견이다. 다른 부위의 암세포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각종 내시경과 난소조직 검사 등 받아야 할 검사가 하나 둘이 아니다. 지금은 병의 원인을 찾는 게 급선무. 원인을 찾으면 그 원인을 없애는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한다. 입원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입원비와 수술비가 얼마나 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12월까지 임씨의 병원비는 요안나의 집 운영비에서 충당했다. 생활보호대상자인 임씨는 일반환자에 비해 입원비 부담이 매우 적다. 하지만 장애인 6명의 생계를 근근히 꾸려갈 정도의 정부 지원 밖에 없는 요안나의 집에서 임씨의 입원은 시설 운영 자체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큰 타격이다. 얼마 되지도 않는 생활비를 언제 퇴원할 지 기약이 없는 임씨 입원비로 마냥 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밀린 입원비가 벌써 수백만 원이다.

 "작은 시설에 이런 큰 일이 생기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갑갑하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하던 남경희 원장 눈에 눈물이 맺혔다. 직원 하나 없이 혼자 힘으로만 요안나의 집을 꾸려가는 남 원장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였다. 남 원장의 타는 속을 알 길이 없는 임씨는 빨리 집에 가자고 조를 뿐이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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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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