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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연로한 어머니에게 병수발 받는 장애인 이홍자씨

"어머니를 돌봐야 할 제가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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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점순 수녀(가운데)가 몸을 겨우 일으켜 앉은 이홍자씨와 어머니 회승달씨를 위로하고 있다.
 


"저도 예전에는 저 연예인처럼 머리숱이 많고 얼굴도 통통했어요."
 몸무게가 30㎏도 안 되는 이홍자(루피나, 42, 서울 등촌3동본당)씨가 TV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혼잣말을 했다.
 이씨는 앙상하게 뼈만 남았다. 머리숱도 한 움큼이 안돼 보일 정도로 없다. 얼마 전까지 밥을 죽처럼 으깨 빨대로 빨아 먹었으나 요즘은 소화기능이 더 악화돼 두유로 연명하고 있다. 몸에 힘이 없어 외출은커녕 일어나 앉아 있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이씨는 며칠 전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하지만 검사비만 50만원 가량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중소기업 경리사원으로 일하며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이씨의 인생이 뒤바뀐 것은 25살 때다. 결혼한 소꿉친구가 가정폭력에 못이겨 가출을 하자 남편 쪽에서 이씨를 감금한 채 행방을 대라고 윽박질렀다. 이씨는 그때 도망치려고 3층 높이 건물에서 뛰어내리다 꼬리뼈와 척추를 다쳐 하반신마비가 됐다.
 하지만 보호자를 찾을 수 없는 상태라 병원에서 응급수술 시기를 놓쳤다. 그 때문에 온 몸이 욕창으로 뒤덮혀 척추와 내장이 훤히 보일 정도로 살이 썩어 들어갔다. 몸 속에 가득 고인 썩은 피를 빼내는 대수술을 받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하반신마비와 소화기능 장애로 지금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 식도부터 장까지 성한 곳이 없지만 돈이 없어 여태껏 변변한 검사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
 이씨는 "저를 감금한 친구 남편 집안이 너무 가난해 보상비 한 푼 받지 않고 가해자를 용서했다"며 "결혼해서 자리잡고 어머니를 돌봐야 될 나이에, 몸도 가누지 못하는 어머니 수발을 받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최승달(아녜스, 79)씨도 4급 지체장애인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건설현장 일용 잡부로 일하던 최씨는 공사장 계단에서 떨어져 허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최씨도 회사에서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아 보상금 한 푼 받지 못했다. 최씨가 일을 그만둔 뒤로는 수입도 뚝 끊겼다.
 이씨의 여동생은 불행이 끊이지 않는 집을 박차고 나가 9년째 소식이 없다. 오빠 규상(요한, 48)씨는 어렸을 때부터 앓아온 정신질환으로 정상 생활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직업을 가져본 적도, 돈을 벌어본 적도 없다.
 이씨 가정은 정부보조금과 장애수당을 합쳐 월 70여만 원 받는 게 수입의 전부다. 임대아파트 관리비와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굶고 살지 않을 정도의 식비만 남는다. 이씨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몇 번 병원에 찾아갔으나 진료비가 엄두가 안나 매번 되돌아왔다.
 최씨는 "누굴 원망해 본 적 없고,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찾아간 정점순(체칠리아,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수녀는 "성경의 인물 욥처럼 죄없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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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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