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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전 신자라고는 달랑 두 집 밖에 없던 작은 동네에 선교사 한 명이 들어왔다.
당시 수원교구 신장본당 변기영 주임신부(현 몬시뇰)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으로 파견한 60살의 선교사 김 마리아(마리아)씨다.
그는 버스도 다니지 않는 비포장길을 하루 10㎞ 이상씩 걸어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당시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었는데 마리아 선교사님이 임종 때까지 한달 동안 머물며 간호하고 기도해주셨어요. 그 정성에 감동받아 신자가 됐어요."(이영화 마리아, 63)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는 빨래며 청소, 김치까지 다 해다드리곤 하셨어요. 대녀가 100명도 넘는데 나중엔 대녀들도 함께 데리고 다니셨어요."(김화자 체칠리아, 58)
25년을 한결같이 복음 전파에 앞장섰던 마리아 할머니는 2004년 노환으로 `작은 안나의 집`에 입소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28일 안나의 집 가족들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89살을 일기로 눈을 감았다.
마리아 할머니는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1남 3녀를 키웠으나 1남 2녀가 사고와 병으로 죽어 유족으로는 수도회에 입회한 막내딸 이 막달레나(마리아수녀회) 수녀 밖에 없다.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의 5대손이기도 한 마리아 할머니는 죽어서도 시신 기증으로 하느님 사랑을 전했다.
마리아 할머니의 장례미사는 30일 수원가톨릭대 총장 방상만 신부 주례로 봉헌됐다. 29년 전 2가구뿐이었던 퇴촌본당 관할지역 신자 가구수는 현재 400여 가구로 늘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