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립경찰병원 이미라 원목수녀가 쿠싱증후군을 앓는 강혜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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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찰병원의 한 병동. 쿠싱증후군을 앓는 강혜숙(실비아, 50, 서울 마천동본당)씨가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오늘 하루도 하느님 뜻에 맞게 살게 해달라`는 기도다. 퉁퉁 부은 손에는 낡은 묵주가 꼭 쥐어져 있다.
"병을 주신 것에도 주님의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온 강씨는 `쿠싱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쿠싱증후군은 부신(副腎)에 종양이 생기는 희귀병이다.
합병증으로 몸에 살이 찌고 혈압이 오르며, 시력도 나빠졌다.
치료 중 가슴이 너무 아파 검사를 했더니 골다공증으로 갈비뼈도 4대나 부러져 있었다. 칼슘이 빠져나가서가 아니라 뼈의 단백질 구조가 분해돼 골다공증이 생긴 것. 류머티즘에 허리디스크까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 따로 없다.
다행히 보건복지가족부 긴급의료비 지원으로 지난해 12월 종양제거수술을 받았지만 완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완치돼도 재발이 잘 되는데다, 이 병 때문에 생긴 합병증 중 일부는 계속 남기도 한다.
문제는 병원비. 작은 옷가게를 하던 강씨와 컴퓨터 관련 일을 하던 남편은 IMF 때 둘 다 부도를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빚보증을 선 것이 잘못돼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게 됐다.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하기에도 어려운 현실에서 남편은 엉뚱한 데로 눈길을 돌리더니 급기야 집을 나가 소식이 없다. 전문대에 다니는 딸은 성당 빈첸시오회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고 무사히 학업을 마쳐 이달에 졸업하지만 아직 취업이 되지 않았다. 생활비와 병원비로 월세 보증금 700만 원도 다 까먹고 월세를 낼 형편이 안돼 딸은 할머니의 집에서 머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살림살이는 이웃의 지하창고에 보증금 없이 한 달에 10만 원씩 주고 맡겨놨다.
지금까지 쌓인 병원비는 500여만 원. 앞으로 얼마가 더 들지 모른다. 행여 남편이 돌아오면 화해하고 성가정을 이루고 싶은 생각에 행방불명 신고도, 이혼수속도 밟지 않아 기초생활보장 수급도 받지 못한다. IMF 때 친정에 피해를 많이 줘 형제들에게 더이상 손을 벌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병간호를 해 줄 사람도 77살 노모뿐.
"일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보겠는데, 이 몸으로는 나가서 일할 데도 없으니…."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이 제일 후회된다"는 강씨는 "그래도 아이가 봉사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서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딸은 아르바이트로 바쁜 와중에도 본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이미라 원목수녀는 "실비아씨는 자신도 아프면서 병실의 다른 환자들을 위해 늘 기도하고 도움을 드리는 분"이라며 "지금은 고통 중에 있지만 용기를 얻고 건강을 회복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독자들 도움을 청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