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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어려운 부모들 닦달 할 수도 없어

운영에 어려움 겪는 ''갈릴래아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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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자 "사진"이라고 한국말을 하는 유한(베트남)이를 보며 최요한 수녀와 교사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의 한 허름한 연립 주택 1층.

 현관에 들어서니 좁은 집 안이 시끄럽고 어지럽다. 기어다니는 아이, 이유식을 먹는 아이, 우는 아이, 장난감 북을 두드리는 아이 등 정신이 없다. 그런데도 그 아이들을 최요한(영원한 도움의 성모회) 수녀는 능수능란하게 돌본다. 외국인노동자의 자녀를 돌보는 `갈릴래아 어린이집` 풍경이다.

 최 수녀는 어린이집 경력 30년의 베테랑 보육사지만 베트남,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몽골, 필리핀,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국적이 모두 다른 1~4살 아기 12명을 24시간 돌보는 일은 쉽지가 않다.

 "밤 근무하는 선생님이 사람 한명 더 쓰면 안 되냐는데, 인건비를 댈 수가 있어야지요."

 현재 보육사는 최 수녀를 포함해 낮에 4명, 밤에 1명, 토요일 1명 등 총 6명이다. 다행히 정식 어린이집으로 인가를 받은 후 구에서 인건비로 매달 500여만 원을 지원받게 됐지만 이 지원금이 유일한 고정 수입이고 나머지 운영비는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들어올 돈은 뻔한데 나가는 돈은 끝도 없다. 한 달에 꼬박꼬박 드는 돈만 보육사 6명 인건비 600여만 원, 우유 값과 기저귀 값 100여만 원, 연료비 30여만 원, 공과금 50여만 원 등 모두 780여만 원이다.

 최 수녀는 매달 자신의 월급 93만 원 중 53만 원을 후원금으로 도로 내놓아 운영비에 보태고, 연료비는 수도회에 요청해 지원받고 있지만, 적자 살림을 면하기 어렵다. 행여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비까지 부담해야 하니 불쑥불쑥 돈이 들어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어렵지만 후원자들 덕분에 지금껏 운영해 왔어요. 아이 부모들도 어려우니 보육료를 내라고 할 수도 없고요."

 한국사람도 취업이 어려운 요즘, 외국인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어 수입이 없는 것을 뻔히 아는 실정이라 최 수녀는 거의 무료로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한 나이지리아 부모는 두 아이를 처음 맡길 때 3만 원을 낸 뒤로 4개월 동안 한 푼도 더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근에 24시간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없어 아이를 맡기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봉사자로 일하다 눌러앉게 됐다는 박정숙(마리안나, 51, 수리동본당) 보육사는 "더디지만 아이들이 한국말을 조금씩 배워가는 것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문 손잡이에는 실밥이 터져 솜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인형이 대롱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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