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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정에 작은 희망이라도…

루게릭병 앓는 정용선씨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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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혜숙씨가 루게릭병으로 굳어가는 남편의 손가락을 주무르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방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9일기도, 매일미사, 성가책 등이 쌓여 있는 앉은뱅이 책상 앞에서 기도를 하던 손혜숙(안나, 51, 수원교구 성남 은행동본당)씨가 벌떡 일어났다. 뼈가 굳어가는 고통을 참으며 신음하는 남편 정용선(바오로, 51)씨 입술에선 피가 흘러나온다.

 4년 전 건설일용직 일을 하던 정씨 몸에 이상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상해, 발음이 자꾸 새는 것 같고…."

 처음엔 일이 힘들어 그런 줄 알고 팔다리를 주무르기만 하던 부부는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오가다 마지막으로 간 신경외과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루게릭병. 그날부터 부부는 끝이 보이지 않는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정씨는 아내의 정성어린 간호에도 몸이 점점 굳어져 갔다. 걷지 못하게 되더니 앉지 못하게 됐다. 뼈마디가 굳어가고 어깨뼈는 탈골됐다. 삼시세끼 죽을 먹는데 이젠 혀까지 굳어간다.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져 음식이 위로 직접 들어가도록 수술한 뒤 유동식을 먹어야 하는데 수술 후가 걱정이다.

 의료기 상사에서 직접 구입해야 하는 유동식은 의료보험이 안 된다. 하루에 필요한 9캔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은 2만 원. 한 달에 60만 원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원받는 90만 원과 희귀난치성 질환자 간병비 30만 원을 합쳐 한 달 수입은 120만 원이 전부인데 임대아파트 관리비와 각종 세금, 생활비, 중학교 2학년 아들 학비를 대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지난달엔 아내 손씨마저 자궁수술을 받느라 생각지도 않았던 수술비 80만 원이 들어 살림이 휘청했다.

 손씨는 "남편 신음에 밤을 지새우는 날이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미안하다"며 "남편이 더 아프지 않고 이대로만 가족 곁에 오래 남아주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아들 얘기를 꺼내자 그는 눈물부터 흘렸다. 복사활동을 하며 사제 성소의 꿈을 키워온 아들 모세는 엄마가 수술을 받던 날 "아빠도 저렇게 아픈데 엄마까지 아프게 하시는 하느님이 원망스럽다"며 울먹였다.

 손씨는 "주님은 항상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주시고 쓰러질 만하면 일으켜주시니 이번에도 그러실 것이라 믿는다"고 아들을 타일렀다.

 "병 때문에 남편이 하느님께 더 다가가고, 남편 덕에 저도 하늘에 덕을 쌓게 됐어요."

 한 달에 한 번 병자영성체를 위해 손씨 집을 방문하는 최변재 주임신부는 "방문할 때마다 항상 기도하고 하느님을 따르려 노력하는 가정이라는 게 느껴진다"며 "독자들 도움으로 모세가 사제의 꿈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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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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