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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산 입에 거미줄 치겠더라구요

하루하루 생계가 힘든 이육녀(서울 상계동본당 예비신자)씨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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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져 누운 남편을 돌봐야 하는 이육녀(왼쪽)씨가 부업으로 버는 돈은 한달에 20만 원 남짓이다.
 


   "지난 2월에는 쌀이 떨어져 남편하고 아들만 밥을 지어주고 저는 몇 끼를 굶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서러웠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냐고 묻자 이육녀(서울 상계동본당 예비신자,44)씨가 담담하게 털어놓은 말이다. 옆에 있던 시어머니 김태정(데레사,82) 할머니는 "요즘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집이 있다면 누가 믿겠냐"고 눈시울을 적시며 며느리의 손을 꼭 잡았다. 할머니의 두 눈에선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가득 밴 눈물이 흘러내렸다.

 서울 상계4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에 방 2개를 사글세로 얻어 사는 이씨 가족은 남편과 시부모,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 등 모두 다섯이다. 20여년 전 발목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거동이 불편한 남편은 얼마 전까지 가내 구두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해왔다. 일감이 많지 않아 1년에 반은 일하고 반은 노는 식이다 보니 하루하루 연명하기 바빴다.

 그나마 몇달 전 갑작스런 허리와 다리 통증으로 꼼짝도 못하고 드러눕게 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동네 병원에서는 허리 디스크라고 하는데,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제대로 받아봐야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검사비도 얼마나 나올지 모르지만 수술비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상황이다. 수술을 받아도 정상적 활동은 힘들 것이라는 게 동네 병원의 소견이다.

 그런 남편을 돌봐야 하는 이씨 역시 환자다. 2년 전 자궁에 생긴 혹 때문에 지금도 병원을 다니면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남편이 몸져 누운 상황에서 생계는 온전히 이씨의 몫이 됐다. 꼼짝 못하는 남편을 수발해야 하기에 바깥에 나가서 하는 일은 할 수가 없다. 이씨가 지금 집에서 하는 부업은 옷에 구슬 장식을 박는 일로, 한달 내내 밤잠 설쳐가며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20여만 원에 불과하다. 일이 손에 익어 수입이 좀더 오를지 몰라도 한 가정을 꾸려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세는 물론 전기세, 전화요금, 가스요금 등등 모든 공과금이 최소 3개월치 이상 밀린 상태다.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한달치씩 내는 방법으로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것은 간신히 막고 있다. 김 할머니가 받는 기초노령연금 6만7000원과 상계동본당에서 매달 전하는 5만 원이 살림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는지 모른다. 틈틈이 쌀과 김치도 가져다주는 상계동본당 신자들이 이씨에겐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안금순(데레사) 상계동본당 사회복지분과장은 "그렇게 큰 짐을 지고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고자 노력하는 이씨가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면서 신앙을 배워가는 이씨가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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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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