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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도 류머티즘으로 투병 중이면서도 "아이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며 눈물을 훔치는 김상현씨.
김시는 사춘기 아이가 행여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가명과 모자이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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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픈데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 마음이 너무 아파요."
김상현(가명, 48)씨는 딸 생각만 하면 눈물부터 난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IMF 때 명예퇴직을 한 김씨는 퇴직금으로 음식점을 시작했다. 요리솜씨가 좋은 김씨의 음식 맛이 소문나면서 음식점은 번창했다. 찾아오는 홀몸어르신이나 노숙인에게는 하루 저녁에 50명씩 무료로 식사를 대접할 정도로 김씨는 부족함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3년 전 이사하던 날, 일로 바쁘던 김씨를 대신해 집을 알아보러 다니던 아내가 재개발 지역에 월세 방만 얻어 놓고 집값, 가게 보증금을 모두 들고 사라졌다.
아내에게 배신당한 김씨는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원래 앓고 있던 류머티즘 증세는 악화됐다. 약값을 제대로 댈 수 없어서였다. 병원에서는 MRI를 찍어보라고 하지만 돈이 없어 관절염 약만 먹다 보니 이제는 일을 할 수조차 없게 건강이 나빠졌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한쪽 몸이 마비된 데다 치매증세가 있는 노모(93)는 허구한 날 사라졌다가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돈 300만 원이 없어 신용불량자가 된 그는 운동선수인 딸(18)의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텔레비전, 사진기 등 팔 수 있는 건 모두다 내다 팔았다. 가스 사용료와 전기 사용료를 내지 못해 온 가족이 냉방에서 겨울을 나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운동을 잘해 이름을 날렸던 딸은 고등학교 진학 후 합숙소 선배들의 집단구타 등 학교폭력에 시달려 심한 부상과 함께 정신적 충격을 받고 결국 운동을 그만뒀다.
"합숙을 하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새까맣게 멍이 들었더라고요. 어쩌다 이렇게 됐냐고 물으니 전날 밤 선배 5명에게 쇠파이프로 얻어맞았다고 하는데…."
아이는 방에 숨고, 소리 지르고, 밤이면 웅크리고 앉아 두려움에 떨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5개월이나 받았지만 여전히 가끔씩 이상한 행동을 한다. 어깨는 관절막이 파열되고 신경을 다쳐 정밀검사와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당장 MRI 찍을 형편도 안 돼 한 달에 50만 원 하는 재활치료는 꿈도 꿀 수 없다.
다행히 김씨가 얼마 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면서 매달 80여만 원을 받게 됐지만 세 가족 약값과 생활비도 빠듯하다.
성빈센트병원 사회사목팀 차화옥 수녀는 "사춘기에 너무 큰 상처를 받은 이 아이 가정을 도울 수 있는 건 평화신문 독자들밖에 없다"며 간곡히 도움을 요청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