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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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미역 캐며 아픈 아들 뒷바라지 하는 한성이 할머니

오직 아들 생각하며 자맥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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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힘내세요." 울릉도 울릉군 울릉읍에 위치한 한성이 할머니 집을 찾은 울릉도 도동본당 한창현(왼쪽) 신부가 한 할머니를 격려하고 있다.
 

한 사람이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 좁고 경사가 가파른 울릉도 산길. 한성이(오리마, 78, 울릉도 도동본당) 할머니 집을 찾아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울릉도 도동 시내에서도 한 시간 여를 꼬박 걸어 들어가야 했다. 함께 길을 걷던 한창현(대구대교구 도동본당 주임) 신부는 "한 할머니는 이 길을 꼬박 걸어 주일 미사에 참례하곤 하신다"며 늘상 이 험한 길을 걸어다녔을 한 할머니를 걱정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깎아지른듯한 바위산에 한 할머니 집이 외롭게 홀로 서 있었다.

홀로 부지깽이나물을 다듬고 있던 한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한 아들 걱정에 한 숨도 못잤다"며 한 신부와 기자 일행을 맞았다. 최근 큰 아들 임태복(달시시오, 55)씨가 집 담장 고치는 작업을 하다 고꾸라져 척추를 다쳤다. 배에 실려 포항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진 임씨는 척추뼈 2개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 할머니는 "평소에도 아픈 곳이 많아 눈을 뗄 수가 없는데 이런 일까지 닥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눈물을 훔쳤다.

임씨는 간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평소 임씨는 복수가 차는 등 심한 고통을 받아온데다 숨이 가빠져 거리에서 실신한 적도 부지기수다. 또한 경미한 정신질환까지 앓고 있어 정상적 사회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런 임씨 사정을 견디다 못한 아내는 일찌감치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버렸다.

아들 임씨는 지명(知命)을 넘긴 나이지만 할머니에게는 어린 아이와 다름 없다. 한 할머니는 "조금만 눈을 돌려도 행여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노파심이 나서 먼 곳을 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는 "배를 타고 섬을 나서는 것도 쉽지 않아 병원에도 자주 못간다"며 아픈 아들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이렇다할 벌이가 없는 한 할머니에게는 보름치가 넘는 입원비와 수술비, 앞으로의 통원치료 비용 등은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남매를 키워온 한 할머니는 "아이들이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 밥 굶고 다닌다는 소리를 듣게 하기 싫었다"며 억척스레 홀로 생계를 이어왔다. 한 할머니는 평생을 강풍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나 한겨울이 아니면 홀로 깊은 바다에 들어가 미역이며 소라, 전복을 잡는 자맥질을 멈추지 않았다.

오랜 세월 깊은 물 속에서 일하며 얻은 골병으로 몸이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한 할머니는 심근경색증을 10여 년 넘게 앓고 있어 각종 약을 입에 달고 산다. 최근 건강 탓에 자맥질이 힘들어진 한 할머니는 취나물이며 부지깽이나물을 키워 내다 팔아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한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울릉도에 시집와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아들이 이혼 후 홀로 남겨졌을 때도 주님께 `한번만 도와달라`고 기도하며 살아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한 할머니를 지켜봐온 한 신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히려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주님을 찬미하며 살아가는 한 할머니에게 평화신문 독자들이 온정의 손길을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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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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