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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해외원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진 사랑의 빚, 자식들인 우리들이 갚아야 합니다. 이제 갚을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까?"
2007년부터 `아프리카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금 운동`(아사모)을 펼치고 있는 대구대교구 이정우(65) 신부는 "하느님께서 이 나이에 조금이라도 빚을 갚으라는 의미로 지혜를 주신 것 같다"며 "아프리카의 비참한 현실이 거듭되는 상황에 사랑의 손길을 건네는 사람이 있는 한 지속적으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부룬디공화국 무잉가교구에 1억 4000만 원을 보냈다. 대구지역에서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사도직 협조자 수산나 메리 영거 여사를 통해 무잉가교구장 요아킴 주교를 알게 된 이 신부는 배고파 죽어가는 아이들과 임산부의 생활상 등 아프리카의 비참한 현실을 듣고 자신이 도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신녕본당 주임이었던 이 신부는 경북고 동기들과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와달라는 팸플릿을 제작해 본당과 기관에 발송했다. 후원을 호소하는 신문 광고도 냈다. 그러나 좋은 뜻으로 시작한 만큼 순수한 취지를 지키고 싶어 모임이나 후원회는 결성하지 않았다. 후원 통장만 열어놓고 후원금이 들어올 때마다 정기적으로 아프리카에 송금했다.
지금까지 보낸 후원금은 굶주리고 헐벗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요아킴 주교에게서 가출 청소년을 위한 센터를 짓고 있다는 전자우편을 받았다.
5년 가까이 모금 활동을 해온 이 신부는 "왜 아프리카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아프리카에 갈 생각은 없습니다. 누가 길을 가다가 굶어 죽어가는 사람에게 돈을 쥐어줬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 따라가서 봐야할 필요는 없지요. 그리고 제가 아프리카에 간다면 그들이 뭔가를 대접해야 한다고 느껴 오히려 부담을 주게 됩니다."
이 신부는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은 교회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행위"라며 "한국 신자들이 해외 어려운 이웃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7년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뒤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이 신부는 현재 휴양하며 아홉 번째 시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후원 문의 : 053-630-8865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