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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집에서 잠을 잘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포항시 북구 기계면의 허름한 농가에서 홀로 살던 황영숙(78) 할머니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지난 겨울 창호지 발린 문틈 사이로 찬 바람을 맞으며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황 할머니는 본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2011년 2월 27일자)에 소개된 후 독자들이 보내준 성금 1299만 원으로 집을 새로 고쳐 지었다.
5월부터 두 달간 진행된 리모델링 공사는 인근 기계본당(주임 김호균 신부) 사회복지분과 위원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냉기가 돌던 방에는 전기 판넬을 깔아 추위 걱정을 덜었다. 창호지 발린 낡은 나무창은 매끈한 알루미늄 샷시로 교체했다.
황 할머니는 샤워시설을 갖춘 화장실과 싱크대를 보며 연신 흐뭇해했다.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기계본당 사회복지분과장 김성태(그레고리오)씨가 신발장을 사오고 동네 주민들은 먹을거리를 준비해 오는 등 한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15년 전 수해로 구들장이 내려앉는 바람에 불을 땔 수 없어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야 했던 황 할머니는 "저녁에 잠자리에 누우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라며 "도움을 주신 분들께 어떻게 신세를 갚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앞집에 사는 김월숙(77) 할머니는 "이웃이지만 도와줄 형편이 안 돼 안타까웠는데, 성당 사람들이 이렇게 집도 지어주고 틈틈이 방문해 할머니를 챙기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황 할머니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본지에 취재를 요청한 박헌순(가타리나, 75) 할머니는 "평화신문 독자들 성금과 본당 신자들의 정성이 모여 좋은 결과를 가져와 뿌듯하다"며 "사랑 실천이 작은 마을을 감동시키고, 마을 주민들에게 천주교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김경숙 명예기자 tin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