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프리카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북쪽으로 800km 떨어진 안토니미션의 초등학교. 흙먼지 날리는 `콩나물` 교실 안에는 수십 명의 학생들이 옹색하게 비집고 모여 앉아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인다. 시멘트벽에 검은 페인트를 칠해 칠판 대신으로 사용하고, 그나마 교실이 턱없이 부족해 수백 명 학생들은 학년별로 나무 그늘 아래 쪼그리고 앉아 수업을 한다.
학생들 배움의 열정은 적도의 열기보다 뜨겁다. 하지만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도 초등학교(7년)를 마친 학생들이 진학할 중고등학교가 없다. 반경 수백 km 이내, 남한 면적과 비슷한 지역에 이 초등학교가 유일한 교육시설이다.
이곳에서 보건소를 운영하며 중고등학교(정원 200명 규모)를 짓고 있는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 우수덕 수녀는 요즘 마음이 복잡하고 무겁다. 수녀들의 헌신적 노력과 한국 신자들 후원으로 3년 전 공사에 착수한 학교는 언제 완공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건축비가 부족해 몇 번이나 공사를 중단하는 우여곡절 끝에 겨우 교실 6개, 화장실, 교사 사택을 지었어요. 몇 년을 애타게 기다린 주민들을 더는 실망시킬 수 없어 급한 대로 우선 학교 문을 열기로 했지요. 당장 두 달 뒤(내년 1월) 개교를 앞두고 있지만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꼭 필요한 책걸상과 교과서조차 마련하지 못해 고민이에요."
잠비아에서 가장 귀한 물자 중 하나가 바로 책과 종이다. 교과서 한 권을 두고 학생 10여 명이 엉덩이를 바짝 붙이고 모여 앉아 같이 봐야 한다. 공책과 연필은 구경해본 적도 없다. 나무 막대기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 연습을 하는 게 고작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인 잠비아, 그중에서도 우 수녀가 활동하는 안토니미션은 주민 대부분이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하루 한두 끼 옥수수 가루로 연명하는 절대 빈곤 지역이다. 우리 돈으로 몇 천원 남짓한 수업료가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1996년 잠비아에 진출한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는 무풀리라와 땀부 등지에 병원과 학교를 세워 복음을 전해왔다. 이곳 안토니미션에서도 아이들에게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스스로 살아갈 길을 열어주려면 교육이 필수였다. 5년 과정(중학교 2년, 고등학교 3년)인 중고등학교를 완공하려면 아직도 교실 6개와 교무실을 더 지어야 하고, 수백 km 떨어진 곳에서 찾아오는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도 꼭 필요하다.
잠비아 선교 후원회 전인덕(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 수녀는 "교과서와 공책은 물론 책걸상도 없어 맨바닥에 엎드려서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을 두고 볼 수 없어서 한국 신자들의 관심과 사랑, 물질적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