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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한약 부작용으로 얼굴에 장애 입은 양춘화씨

"악재 겹쳤지만 하느님 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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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약 부작용으로 시력을 잃은 양춘화(왼쪽)씨가 대전성병원 김수정 사회복지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 약이 이렇게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 줄 알았더라면, 절대로 마시지 않았을 거예요…."

 양춘화(다니엘라, 49, 대전 판암동본당)씨는 일그러진 얼굴 근육을 힘겹게 움직여 "아직도 26년 전 그날, 한약을 마시던 순간을 후회하곤 한다"고 느릿느릿 말을 이어갔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양씨는 어릴 적부터 유난히 몸이 약했다. 23살이던 어느 날, 양씨가 갑자기 쓰러지자 아버지는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살림에 빚까지 내서 한약 한 재를 지어왔다. 용하다고 소문난 서울 안국동 한의원에서 지어온 `마시기만 하면 힘이 나고 체력이 강해진다`는 약이었다.

 그런데 그 약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식도가 타들어가는 듯했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라며 다 들이켰지만 온몸에 반점이 올라왔다. 급기야 다음날부터는 얼굴 피부가 괴사하고 얼굴뼈가 줄어드는 등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이 생겼다. 누운 자리에서 치아 3개가 빠지기도 했다. 얼굴은 코가 있던 자리에 큰 구멍 한 개만이 남았고, 시력은 점차 흐릿해지더니 서른 살 되던 해 실명에 이르고야 말았다. 성대는 수축돼 작은 목소리로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약을 지어줬던 한의원에 항의 편지도 써보고 이리저리 유명한 병원을 찾아다녀 봤지만, 원인도 해결책도 알 수 없었어요.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았습니다."
 양씨는 가족에게 더 이상 짐이 되기 싫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무작정 육지로 나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교가 있던 대전에 정착, 시각장애인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학력도 낮고 눈도 보이질 않는 부부에게는 안마사 자리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지원비만으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왔지만 양씨에게 협심증, 갑상선기능저하증, 당뇨병이 찾아와 병원비와 약값으로 살림은 더욱 쪼들리게 됐다. 지난해에는 협심증 증세가 심해져 갑자기 쓰러지기도 했다. 병 특성상 언제 이런 위험이 또 찾아올지 몰라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처지다.

 다행인 것은 하나뿐인 아들이 장애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다. 양씨는 매주 부모를 모시고 성당에 나갈 정도로 효자인 고등학생 아들 생각에 뿌듯하다가도 당장 2년 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여러 악재가 겹쳐도 양씨가 버틸 수 있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 신자인 남편을 따라 성당을 나가기 시작한 양씨가 지금은 남편보다 더 열성적인 신자가 됐다. 2년 전부터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활동하며 꼬박꼬박 주회에 참석한다.

 "이 세상에서 제가 의지할 곳은 하느님뿐입니다. 병이 완쾌되거나 경제적 여유가 생기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저 우리 가정의 평화를 지켜주시기만을 기도할 따름입니다."

 양씨가 다니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의 김수정(요안나) 사회복지사는 "양씨가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함에도 경제적 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평화신문 독자들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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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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