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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47) ‘좋은 마음은 원래 잘 통하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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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전문적으로 노동하시는 분들은 계약대로만 일을 하기에 일이 끝나면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날 그분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사를 다 마친 후 그분들이 먼저 성지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평소 생각했던 일 중에 무거운 돌들을 마당 한 쪽으로 옮기는 것, 기존의 심어진 나무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 위험한 난간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일 등을 해 주셨고 그런 다음 비로소 그분들은 철수하셨습니다.

그 다음 날, 성지 경계에 심어 놓은 조경석의 모서리가 튀어 나온 부분이 있어서 지나다니는 차들에게 불편함이 주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그분들에게 도움 요청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분들은 지방 공사 현장에서 바로 올라 와 성지 경계의 튀어나온 조경석 부분을 정리해 주신 다음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고도 감사한 일들이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의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업하던 날 성지 안내소 직원이 그분들이 쉴 때에 간식으로 시원한 커피를 제공했던 모양입니다. 그때 그분들은 성지 안내소 탁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직원께 이런 말을 하더랍니다.

“오늘 아침, 밥을 배부르게 먹었더니 힘이 절로 났어요. 공사를 요청한 쪽에서 대개는 아침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데 말이죠. 그리고 쉴 때마다 간식을 챙겨 주시니 마치 우리가 대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동창 신부님을 지칭하며) 저기, 저 신부님처럼 부지런한 분은 처음 봤어요. 작업 내내 옆에서 눈썰미 있게 주변 일들을 깔끔하게 해 주고. 신부님이 일의 흐름을 잘 알아서 좋아요.”

“정말이지 저 분(동창 신부님) 신부님 맞아요? 지금까지 우리가 성당 일은 몇 번 해 봤지만, 저렇게 신부님이 나와서 하루 종일 팔 걷어붙이며 함께 일하시는 걸 처음 봤어요.”

성지 안내소 직원이 내게 그 분들의 말을 전해 주는데, 나 또한 동창 신부님이 친구라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해 졌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동창 신부님에게 전화했습니다.

“어제, 정말 수고 많았어. 안 피곤해?”

그러자 동창 신부님은

“뭐, 성지에서 노동하면 나도 천국 가는 거잖아, 하하하.”

“함께 노동을 하신 기술자 분들이 칭찬을 많이 하더라, 일 잘 한다고. 아차, 그리고 어제 아침이랑 간식, 신의 한수라고나 할까. 너무 고마워. 그분들이 감동 먹은 것 같아.”

“에이, 그게 뭐 얼마 된다고. 그리고 그렇잖아. 사람들이 공사를 요청할 때면 작업에 맞는 돈을 지불했으니 나머지 일은 알아서 해 주겠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 그런데 성당 일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정말 성당을 위해 공사하는 분들이 오면, 그분들을 고마운 마음으로 맞이하고, 정성을 담아 배려해 드리면 좋잖아. 작업 하는 날, 아침부터 그분들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작은 것이지만 아침 식사와 간식을 배려해 드리고, 그분들이 하는 작업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해 주니, 신앙인이 아닌 분들이지만 그분들 마음이 열려 일을 더 잘 해 주셨잖아. 좋은 삶의 모습은 서로가 아는 거지. 그려, 정말 좋은 마음은 원래 잘 통하는 법이야!”

동창 신부님의 말에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공사할 때 감독할 것만 생각했지 그분들을 귀하게 맞이하고, 소소한 것이라도 대접해 드리면서 뭔가를 함께 할 생각은 못했던 것입니다. 동창 신부님 덕분에 나 또한 그분들에게 정성을 다할 수 있었는데, 그분들은 우리의 정성보다 몇 배나 더 큰 선물을 주고 가셨습니다. 좋은 마음은 서로가 통함을 다시금 확인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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