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의미하는 ‘룩스’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을 가진 루치아 성녀는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에서 부유한 귀족 집안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성녀는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을 배워 신심이 깊었으나 불행히도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성녀는 아직 어린 소녀였지만, 스스로 하느님께 동정을 서원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던 어머니는 한 귀족 청년의 청혼을 허락해 딸의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바랐습니다. 동정으로 살겠다는 자신의 결심을 어머니께 말하지 못한 성녀는 오로지 기도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가 불치병에 걸리자 성녀는 카타니아에 있는 아가타 성녀의 무덤에서 기도하면 치유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를 모시고 가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의 은총으로 어머니의 병은 치유되었고, 성녀는 기뻐하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결심을 밝혔습니다. 처음엔 반대하던 어머니도 결국 허락을 하게 됐습니다.

동정 생활을 허락받은 성녀는 자신의 결혼 지참금을 모두 가난한 이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성녀에게 청혼했던 청년은 자신의 소유가 될 재산이 사라진 것에 분개해 성녀가 그리스도인이며 로마제국의 법을 어겼다고 고발했습니다. 당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가 절정에 당했을 때라 성녀는 곧바로 체포되었습니다. 성녀는 배교를 강요하며 심한 고문을 가하는 재판관에게 “당신이 황제의 뜻을 따르기 원하듯 나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당당히 자신의 신앙을 피력했습니다. 재판관은 도저히 성녀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매음굴로 보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성녀는 “마음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육체를 더럽힐 수 없으며, 오히려 월계관을 씌워줄 따름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재판관은 여러 남자와 소 떼까지 이용해 성녀를 끌어내려 했지만,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성녀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재판관은 성녀를 불에 태워 죽이려고 했으나 나무에 불이 붙지 않아 이 또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형리를 시켜 목을 베게 함으로써 성녀는 순교했습니다.

성녀는 모진 고문을 받을 때 눈알이 뽑히는 형벌까지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천사의 도움으로 뽑힌 눈알을 돌려받고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녀는 이름 그대로 어둠을 밝히는 순교자로서 시력이 약하거나 시력을 잃은 이, 눈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의 수호성인입니다. 교회 미술에 나타나는 성녀의 모습은 손에 등불, 불꽃, 성작 또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거나 맹인에게 자신의 눈을 주고 싶었던 성녀의 소원을 표현해 접시 위에 두 눈을 올려둔 것도 있습니다. 성녀의 빛나는 생애는 정결과 사랑 실천, 순교의 삶으로 우리 모두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