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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227.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75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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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신부님, 질문이 있어요.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이 정말로 첨예하잖아요? 그러나 신자들이 사회적 약자와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도 잘 알겠어요. 그런데 사회적 갈등 문제가 정치로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까요?


■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교회의 사회참여와 관련해서 가장 많은 질문은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들일 겁니다. 특히 “교회가 왜 세상 일이나 정치에 관여하는가?”, “사제들이 왜 미사 중에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가?”와 같은 의문에는 교회의 분열을 우려하는 마음도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신앙공동체는 원천적으로 세상 일에 관여하면 안 되는 걸까요? 탈출기에서 파라오의 압제 때문에 고통받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모세를 보내신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박종철 열사 고문 사망사건 때 명동대성당에 찾아온 경찰들에게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자신을 밟고 지나가라고 하신 말씀은 어떤가요? 또,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의 심각성도 시급한 세상 일이자 국제정세 중 하나인데 교회에서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주제일까요?


■ 식별

이처럼 개인이나 신앙공동체가 무조건 세상 일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톨릭교회는 세상일에 무관심해서는 안 되고 생명을 위해 낮은 곳으로 가야 하며 어려운 이웃들과의 동행을 항상 강조합니다. 또한 세상의 불의에 맞서 복음을 증거함이 신앙인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이는 대전제입니다.

그런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식별입니다. 세상일은 그 자체만으로 선악을 구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교묘하게 위장되고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식별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의 경우, 비록 미량이더라도 장기적으로 방사능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 현재의 과학은 미래의 위험을 알지 못합니다. 핵과 방사능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분야이기에 가톨릭교회가 반대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몇십 년 후에 책임질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 하느님의 가르침

이밖에도 식별이 필요한 상황은 무수히 많습니다. 여기에서 중심은 바로 하느님 말씀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취향과 기호만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도 논란인 동성애는 어떤가요? 동성을 사랑하고 함께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분명히 상치됩니다. 엄연히 하느님께서 세우신 질서가 있음에도 자신들의 기호를 하느님의 가르침과 혼동합니다. 그 가정이 온전할지도 의문이며, 과연 참된 사랑일지도 의문입니다.

그런데 동성애자들은 자신들을 핍박받는 사회적 약자라며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자신들의 견해를 관철시키려 합니다. 교회 공동체가 자신들을 배척한다고 스스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분들을 형제로 대하고 축복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의 가르침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사회 현상과 정치적 움직임을 교회의 가르침대로 잘 식별함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다음 회에는 두 번째 어려움인 ‘일치’를 살펴보겠습니다.


“교회의 사회교리는 신앙의 빛을 받은 지식이고, 그런 만큼 더 큰 지적 능력을 드러낸다. 교회의 사회교리는 모든 사람에게 교회의 사회교리가 단언하는 진리와 요구하는 의무에 관하여 설명한다.”(「간추린 사회교리」 75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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