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은 자기 상품의 가치를 과장한다. 의사, 변호사, 사업가들은 경제적인 성공을 추구하면서 자기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때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달갑지 않아 하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느냐고 스스로에게 변명하기도 한다.”(해롤드 쿠쉬너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 교권 추락
오송 참사, 서울 신림역 참변, 스물넷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초등학교 선생님 소식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특히 추락할 대로 추락한 교권의 위상은 오늘날 한국사회 교육 현실, 그리고 교사들을 대하는 우리 인식의 현주소에 심각한 경종을 울렸습니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인격을 도야하고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최종목적으로 삼습니다.(교육기본법 제2조)
그러나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금권주의, 능력주의, 지나친 사교육과 학벌의 서열화 외에도 선생님들의 생존권마저 위협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회의 올바른 사회참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사회현안에 대한 올바른 식별과 이웃을 향한 따뜻한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는 결국 올바른 교육을 전제로 합니다.
■ 올바른 교육의 중요성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도 교육의 중요성을 인격 양성, 도덕과 영성, 사회 발전, 가정의 역할과 연관해 매우 자주 언급합니다. 교육은 양심에 따라 도덕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하고(83항) 진리 추구를 위한 필수 과정이며(198항) 특히 가정 안에서 시행돼야 할 모든 부모와 어른의 의무입니다.(218~238항) 올바른 교육 없이 건강한 개인과 사회는 존속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교권 추락이라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학생 인권 신장을 위해 2010년에 도입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아니면 학생들을 무조건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 때문일까요? 인권조례도, 학생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금번 사태의 본질이 아닙니다. 근원적 책임은 바로 돈과 성공만을 좇아서 살아온 우리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 어른들의 올바른 모습이 중요
냉정히 보면 오늘날 교육현실은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교육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면에는 경쟁과 자본에 쫓기는 현실, 풍요롭지만 점점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작금의 사회에서 사랑이 넘치는 사람, 양보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기보다 소유와 스펙, 학벌과 자본적 성공으로만 교육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큰 패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은 사람과 사랑이며 이를 어른들부터 살아내고 보여 줘야 합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부모와 어른의 각별한 노력을 요청합니다. 부모의 사랑은 교육의 임무로 완전하게 표현되고(239항), 1차 교육자인 부모는 다른 교육기관과 협력해 아이들에게 정의와 사랑이라는 근본적 덕행, 대화와 만남, 사회성, 합법성, 연대와 정의를 키워 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240-242항) 시급하게 회복돼야 할 건강한 교육현장과 교권을 위해 우리 모두의 복음적 성찰이 필요합니다.
“부모의 사랑은 하나의 원천이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원리이기도 하며 따라서 모든 구체적 교육 활동을 고무하고 지도하며, 사랑의 가장 소중한 열매인 친절, 항구함, 선함, 봉사, 공평, 자기희생으로 교육 활동을 풍요롭게 하는 규범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39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