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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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연중 제23주일 - 인내와 기도로 사랑하는 이웃을 바르게 이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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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향한 가장 큰 사랑의 표현, 형제적 교정!

돌아보니 수도공동체에 몸담은 지가 40여 년이 다 되어갑니다. 수련기 때 계획으로는 지금쯤 공동체 생활의 달인이자 친교의 전문가가 되고도 남을 순간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아직도 공동체 생활이 부담스럽고 어렵습니다. 아직도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기보다 공동체가 내게 뭔가 해주기를 바라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요즘도 이런저런 수도회 회의에 참석하면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가 있습니다. 공동체 성장과 쇄신입니다. 공동체 성장과 쇄신, 말은 쉬운데, 정말이지 요원한 과제처럼 느껴집니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이상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래도 저희는 또 다시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공동체 성장과 쇄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공동체 성장과 쇄신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에 앞서 따뜻한 형제애가 필요합니다. 공동체 책임자들의 부성애, 그리고 흘러넘치는 일상적 친절과 배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책임자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우선적인 역할은 공동체 안에 사랑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늘 예의주시하고 고무하는 역할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형제들을 춤추게 하고 살맛나게 하는 칭찬과 격려도 필요합니다. 끝없는 용서, 한없는 인내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더 가치 있고, 꼭 필요하고, 차원이 다른 사랑의 실천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형제적 교정’입니다. 그러나 형제적 교정은 말은 쉬운데, 결코 만만하거나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고도의 조심성과 극도의 예민함, 숙련된 기술과 강도 높은 기도가 전제돼야 합니다.

한 형제가 길이 아닌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한 형제의 눈이 뭔가에 잔뜩 씌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한 형제가 본래의 정체성과 사명을 상실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그래서 증거의 삶은 사라지고 반대 표양이나 손가락질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을 때, 그를 가장 사랑하는 형제라면 과연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요?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는 형제라면 침묵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용기를 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아프겠지만, 정확하고 예리한 형제적 교정 작업을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척 어려운 작업이기에 적당히 해서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를 위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우선 그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야겠지요. 그리고 문제의 핵심과 정확한 현실을 파악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교정 작업을 위한 로드맵을 세워야겠습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오늘 우리에게 아주 실효성 있는 교정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라. ‘모든 일을 둘이나 세 증인의 말로 확정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마태 18,15-17)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형제적 교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성적인 절차입니다.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의 평정심입니다. 더 나아가 그의 진정한 회개를 비는 마음, 그가 이번 기회에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끝까지 예의와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또한 형제적 교정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먼저 ‘단둘’이 만나는 것입니다. 사방팔방에 그의 잘못을 떠벌리고 다니며 소문 다 낸 뒤, 그런 작업은 하나마나입니다. 기도 안에서 조용히 단둘이 만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가 말을 듣지 않더라도 분노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다음 단계를 밟으라는 것입니다. 그를 진정으로 한 가족, 한 형제로 여기면 절대로 한 번 시도해보고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 지혜로운 사람, 너그러운 상담자, 깊이 있는 영적 지도자와 함께 또다시 그의 회개를 위해 합심하라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가정 공동체, 교회 공동체, 사회 공동체 안에 아무리 막가는 사람, 공동체의 분열을 초래하는 암적인 존재가 있다손 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한 번 권고해서 안 된다고 해서 단칼에 그를 매장시키려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써보고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을 써보고, 최선을 다한 후에 안 되면 그때는 하느님 자비의 손길에 맡기라는 것입니다.

인간관계 안에서, 특히 부족한 이웃들 앞에서, 그들의 교정과 성장을 위한 조언의 과정에서, 인내와 겸손, 신중함과 기도가 얼마나 필요한지 모릅니다.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데, 얼마나 보석 같은 관계인데, 단칼에 끝내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혹시라도 형제적 교정이 필요하시다면, 일련의 절차와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먼저 그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팩트 체크가 필요합니다. 괜히 헛소문 듣고 잘못도 아닌 것을 잘못으로 여기고 밀어붙인다면, 그것보다 더 큰 낭패가 다시 또 없습니다.

아직도 정말 중요한 것 한 가지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를 위한 기도입니다. 그의 잘못이 확실시되면, 일단 그를 위해 기도를 시작해야겠습니다. 개인적인 기도도 필요하지만, 공동체적인 기도도 필요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공동체가 함께 기도할 때 그 효과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다시금 새롭게 각인시켜주셨습니다.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19-20)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살레시오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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