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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36. 묵상(「가톨릭교회 교리서」 2705~2708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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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알려주시며,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마태 6,7) 하고 말씀하십니다. 소리기도를 하되 자신이 하는 말의 의미에 주의를 집중하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집중력이 커지다 보면 ‘묵상기도’를 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게 됩니다. “묵상은 무엇보다도 하나의 탐색”인데 “여기에는 어려운 주의력 집중이 요구됩니다.”(2705) “묵상에는 사고력, 상상력, 감정과 의욕이 모두 동원됩니다.”(2708) 묵상은 “주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분과 결합하기 위해”(2708) 하는 기도입니다. 묵상에서는 정신의 집중으로 깨달음의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니 묵상기도를 하지 않으면 하느님 사랑을 모르게 되고 빈말로 이루어진 헛된 예배만 드리다 점점 그분에게서 멀어지게 됩니다.

어떤 선교사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한 아마존 오지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은 선교사를 무척 따랐습니다. 나이가 들자 선교사는 자신의 가르침을 그들의 언어로 써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선교사가 죽자, 부족은 그 소중한 책이 손상될까 걱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성전을 만들어 제단 위에 책을 놓고 매일 예배만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쥐나 벌레를 두려워한 나머지 나중엔 아예 책을 금고에 넣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시간이 꽤 흘러 복음을 전하는 또 다른 선교사가 그 마을을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이 선교사가 이전의 선교사와 같은 복음을 가르치는데도 그 선교사를 이단으로 몰아 죽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그 진리의 책 때문에 이단적 교리를 몰아낼 수 있었다고 기뻐하며 주님을 찬미하였습니다. 이 예화는 묵상기도가 빠진 종교를 잘 설명해줍니다.

구원은 믿음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성체로 우리 안에 사심을 믿습니다. 이것을 믿기 위해 ‘진리와 은총’이 필요합니다. 진리는 말씀이고 은총은 표징입니다. 미사의 구조로 보자면 진리는 말씀의 전례 때 오고 은총은 성찬의 전례 때 옵니다. 그러나 진리를 올바로 묵상하지 않으면 은총을 보아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말씀이 죽으면 성체도 죽습니다. 그래서 묵상기도는 말씀에서 시작하고 성체로 끝납니다. 따라서 말씀을 묻어놓지 말고 일단은 읽어야 합니다. 이 과정 안에서 성체가 왜 사랑인지 깨달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성경이나 성인들, 지혜가 담긴 책 등을 읽는 것을 ‘독서기도’라고 합니다. 영성의 대가들도 묵상기도에 도달하기 위해 독서기도 과정을 반드시 거쳤습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도 「완덕의 길」에서 “나로 말할 것 같으면 14년 이상이나 책을 읽으면서 하는 묵상이 아니면 도무지 묵상이 되지 않았습니다”(17,3)라고 했고, 그의 「자서전」에서는 영성체 후를 제외하고는 책 없이 기도드릴 용기를 아예 가질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4,7 참조)

예수님께서는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마태 13,9)라고 하십니다. 성경 말씀은 모두 하나의 ‘비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마태 13,34 참조) 비유는 설명이 필요하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하신 것처럼 우리 각자의 이성을 통해 그 뜻을 풀이해주십니다. 그러면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그 사랑을 더 깊이 체험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당신의 뜻을 열렬히 따를 용기와 힘을 얻습니다. 결국 하느님께 대한 순종은 말씀을 읽고 묵상함으로써 얻는 성령의 힘의 결과입니다.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
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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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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