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믿는 사람은 희망을 가진 사람입니다. 희망은 믿고 의탁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희망과 믿음은 수원처럼, 소실점처럼 사랑에서 시작하고 사랑으로 향합니다. 봄을 믿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사랑으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믿음과 희망이 황량한 삶의 대지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사랑의 흔적에서 다시 살아납니다.”(최대환 신부 「우리는 봄을 믿어야 해요」 중)
■ 고단한 세상살이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행복한 사람이 많을까요? 아니면 불행한 사람이 많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떠십니까? 성공을 이뤘으나 우울과 불행함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고 사회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늘진 변두리에서 소외와 괴로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이웃을 사랑해야 하고 돈보다 사람이 귀하며, 신앙의 가르침을 지켜야 하는데 나 하나 챙기기 어렵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신앙과 영성, 도덕과 윤리적 가르침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라고 줄곧 말씀드려 왔습니다. 물론 그것도 이유입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도 고난과 시련을 겪는 분들이 계십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회와 제도의 한계,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일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 포용과 연대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와 사회를 위해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를 알아야 하겠지요. 그 방향에는 이웃과 약한 이들, 윤리와 도덕도 고려돼야겠고요. 그런 일들이 해결되고 개선되도록 서로 노력해야겠지요. 물론 아무리 애써도 해결되기 어려운 일들도 있을 겁니다. 또한 해결을 위해 생각이 다른 우리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 봅니다. 바로 협력입니다. 견해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는 노력입니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하지만 안 된다면 세상은 늘 긴장과 싸움, 갈등과 반목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시도돼야 하고 어렵더라도 아이들과 미래를 위해 어른들이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우리 삶의 봄은
예나 지금이나 정치권 상황을 보면 참으로 전망이 어두워 보입니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도 그렇겠지요. 그러나 협력과 포용, 연대, 화해와 상생은 위정자들에게만 맡겨진 일만이 아닙니다. 바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맡겨진 일들입니다.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내가 적대시하는 이들과 이뤄야 하는 인생의 과제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나보다 낫게 여기고 서로 존중하고 경청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평화가 이뤄집니다.
복음과 사회교리의 정수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반대로 이것이 불가능한 세상은 아무런 희망이 없는 곳이 되고 맙니다. 무엇이 우리 삶을 따뜻하게 해줄까, 무엇이 추운 겨울을 살아가게 할까, 오늘날 우리가 깊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삶의 화두입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우리 삶에 봄을 가져다 줍니다.
“교회의 사회교리는, 사랑과 정의로 화해와 조화를 이룬 사회, 정의가 깃들여 있는 새 하늘과 새 땅(2베드 3,13 참조)을 역사 안에서 준비하고 예형적으로 선취하는 사회가 따라야 할 길을 가리켜 준다.”(「간추린 사회교리」 82항)
※그동안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을 집필해주신 이주형(요한 세례자)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