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서는 물이 참 많이 쓰입니다. 일단 성당에 들어갈 때 물을 손에 찍어 성호를 긋고, 건물을 비롯해 여러 가지 축복할 때도 물을 뿌리곤 합니다. 무엇보다 신자가 되는 세례성사 때 물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렇듯 교회 안에서 물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세례성사를 통해 물로 죄를 씻고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새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또 우리 일상에서도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물은 죄를 씻어내는 정화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리가 성당에 들어가면서 손끝에 묻히는 물과 세례를 받을 때 사용하는 물은 같은 물일까요, 다른 물일까요? 언뜻 축복 받은 물이면 다 ‘성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세례 때의 물은 뭔가 더 특별할 것 같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세례성사 때 사용하는 물은 ‘성수’가 아닙니다. 세례성사에서 사용하는 물은 ‘세례수’라고 부릅니다.
교회법은 “세례 수여 때에 사용되는 물은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전례서의 규정대로 축복돼야 한다”(제853조)고 말하는데요. 세례수는 세례성사 혹은 주님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 중에 ‘성령 청원 기도’로 축복합니다. 이를 통해 교회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성령의 능력이 물에 내려 세례 받는 사람들이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게”(요한 3,5) 해 주시기를 하느님께 청합니다.
세례, 즉 성사에서 사용하는 세례수와 달리 성수는 ‘준성사’에 사용됩니다. 준성사란 신자들이 생활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유익한 물건 등을 성화하기 위해 제정한 예식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668항) 성수를 축복할 때는 성수를 통해 세례가 우리 안에서 새롭게 되고 우리를 모든 악에서 보호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 구원의 은총을 받길 바라는 기도를 바칩니다. 성수는 비록 세례성사에 사용되는 물은 아니지만,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죄를 씻고 생명을 얻었으며,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으로써 함께 부활할 것이라는 세례성사의 의미를 전례 안에서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세례 갱신 예식에서는 세례수를 쓰는지, 성수를 쓰는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세례 갱신 예식에서도 세례수가 아닌 ‘성수’를 사용합니다. 성수로 세례를 받은 모든 이들이 세례성사를 기억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성당에 들어가며 성수를 사용할 때마다 바치는 기도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성수 기도는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 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아멘”, 혹은 “주님,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아멘”이라고 바칠 수 있는데요. 성수를 찍고 성호를 그을 때마다 성수 기도를 바친다면 성수의 의미를 더 깊이 느낄 수 있겠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