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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미사 전례] (3)성당 문을 들어서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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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 되면 할머니는 다리미와 분무기를 준비하시고 주일에 성당에 갈 때 입을 옷을 정성스럽게 다립니다. 그리고 꾸깃꾸깃한 500원짜리 종이돈을 펴고 그 위에 수건을 덮고 분무기로 물을 조금 뿌리고 다렸습니다. 어린 저의 눈에는 꾸깃꾸깃한 종이돈을 펴는 할머니의 모습이 참으로 이상하면서 경이로웠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손주를 보시고 “하느님 앞에 가려면 정성껏 준비해야 한다. 몸도 깨끗하게 하고 옷도 단정하게 입고 연보 돈도 미리 잘 준비해야 한단다”라고 말씀하셨지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으신 할머니는 하느님 학교의 모범 학생인 것이 분명합니다. 성당에서 신부님이 하신 말씀들을 잘 기억했다가 그대로 실천하는 하느님 학교의 모범 학생!

여러분은 성당 문을 들어서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하시나요? 먼저, 고해성사를 봐야 하는 중죄를 짓지는 않았는지 성찰부터 해야겠지요. 교회는 “중죄(peccatum grave)를 자각하는 이는 먼저 고해성사를 받지 아니하고서는 미사를 거행하지도 주님의 몸을 영하지도 말아야 한다”(교회법 제916조). 여기서 ‘중죄’를 다른 곳에서는 ‘대죄’(peccatum mortale)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트렌토 공의회에서는 “모든 대죄들은 비록 생각의 죄라 하더라도 사람들을 ‘진노의 자식들’(에페 2,3)과 하느님의 원수들이 되게 하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겸손하게 고백하여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중죄는 무엇일까요? 저명한 윤리신학자 칼 H. 페쉬케는 「그리스도교 윤리학 제1권 기초도덕신학」에서 “죄스러운 내용이 인간의 실존적 목적과 궁극 목표의 관점에서 볼 때 하느님과 그분의 명예와 존경을 거슬러 심각한 해악을 낳게 할 경우, 국가와 교회와 일반적인 인간 공동체에 심각한 상해를 입힐 경우, 또는 자기 동료들에게 심각하게 현세적이거나 영적인 상해를 입힐 경우에도 중죄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중죄 외에도 하느님 앞에 서기에 마음이 불편하다면 고해성사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교회가 요구하는 준비 중에 영성체를 하기 위해서는 ‘공복재’(ieiunium Eucharisticum)를 하라고 합니다. 3세기부터 영성체 전 금식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었고, 1917년 교회법전에 따르면 자정부터 금식하도록 규정했다가 일선 사목자들 요청을 받아들인 비오 12세 교황이 1953년 병자나 저녁 미사 참례자를 위한 예외 규정을 두었고, 순수한 물은 허용했습니다. 1983년 교회법전 제919조는 “영성체 전 적어도 한 시간 동안은 물과 약 외에는 어떤 식음도 삼가야 한다”라고 공복재 시간을 현실적으로 완화했습니다. 영어의 아침 식사인 ‘Breakfast’가 자정부터 금식(fast)하던 공복재를 깨는 행위(breaking)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성사를 받기 위한 적절한 준비로 “신자들은 자신들의 교회가 정한 공복재를 지켜야 한다. 몸가짐(행동, 복장)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손님이 되시는 그 순간에 걸맞은 존경과 정중함과 기쁨을 나타내야 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387항)는 말씀은 하느님 학교의 모범 학생인 할머니를 떠오르게 합니다. 세상의 권력자와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을 만나러 갈 때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러 미사에 참례하러 오는 자세와 태도 그리고 마음가짐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
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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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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