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 속에서 ‘카리스마’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저 사람 참 카리스마가 있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흔히 카리스마는 많은 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을 일컫는 말로 쓰이곤 합니다. 그런데 수녀님, 혹은 수사님들에게 ‘카리스마’가 있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어쩐지 수녀님들, 수사님들과 ‘카리스마’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합니다.
실은 수도생활을 하는 모든 수녀님, 수사님들에게는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심지어 이 ‘카리스마’는 우리가 평소에 ‘카리스마가 있다’라고 말하는 ‘카리스마’와 어원도 같습니다.
카리스마(Χ?ρισμα)는 그리스어로 ‘은사’,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무상의 선물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견진성사 때, 또 성령 강림 대축일 때 말하는 ‘성령의 은사’가 바로 카리스마입니다. 19세기 철학자 막스 베버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카리스마’라고 부르면서 ‘카리스마’라는 말이 교회 밖에도 널리 알려졌는데요. 사실 이 의미는 ‘카리스마’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지요.
그리고 카리스마는 조금 더 좁은 의미로 수도회가 성령께 받은 고유한 은사를 말할 때 사용합니다. 카리스마는 어떤 수도회의 존재 목적, 사명, 영성, 정신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수도회의 숫자만큼 다양한 카리스마가 있고, 수많은 수도회들이 각자 자기 수도회의 카리스마에 따라서 교회와 세상을 위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카리스마는 수도회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공동선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도회들이 받은 성령의 은사, 카리스마는 수도자만의 것은 아닙니다. 평신도들도 수도회의 은사에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제3회에 가입해 활동하는 방법이 있고, 여러 가지 형태로 후원이나 협력을 통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넓은 의미로 카리스마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받은 성령의 은사를 뜻합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는 이미 카리스마, 곧 성령의 은사를 받았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분(성령)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그것들을 따로따로 나누어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1코린 12,11 참조)
물론 우리 눈에 더 뛰어나 보이는 카리스마도 있고, 너무 흔해 보이는 카리스마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카리스마가 더 가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카리스마를 지녔는가’ 보다 ‘이 카리스마를 통해 사랑을 실천했는가’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축성생활을 전공한 성삼의 딸들 수도회 총봉사자 국춘심(방그라시아) 수녀님은 “모든 은사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주신 것이므로 어떤 카리스마가 우수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1코린 13,1-2 참조)라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모두가 받은 가장 중요한 은사가 ‘사랑’이라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