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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상식 팩트 체크] (7) 사순 시기는 40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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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가 왔습니다. 사순(四旬)은 40일이라는 뜻입니다. 라틴어로도 40을 의미하는 ‘콰드라제시마’(Quadragesima)라고 부릅니다. 워낙 40이라는 말로 부르다 보니 당연하게도 사순 시기가 40일이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달력의 일수를 세어보시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일단 사순 시기가 며칠인지 알고 싶으면 정확히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사순 시기가 주님 부활 대축일 전이라고 생각해서 부활 전날까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사순 시기는 파스카 성삼일을 준비하는 때입니다.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떼어 놓지 않고 함께 기념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까지를 세어보면 되겠습니다. 올해는 2월 14일부터 3월 28일까지가 되겠네요. 세어보니 44일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순 시기가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325년 열린 니케아공의회 즈음에는 부활 전에 40일 동안 준비기간을 지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사순 시기라는 말이 나온 것이지요.

성경에는 40이라는 숫자가 많이 등장합니다. 노아의 홍수 기간은 40일이었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된 땅에 들어가기까지 걸린 기간이 40년이었습니다. 그리고 모세는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받기 전에 40일 동안 단식했고, 엘리야는 하느님의 산 호렙을 향하기 위해 40일을 밤낮으로 걸었습니다. 이렇듯 성경에서 40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거치는 정화의 기간을 상징합니다.

무엇보다 40일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단식하고 유혹을 당하신 일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예수님께서 이 40일의 단식 동안 겪으신 유혹을 설명하면서 “교회는 해마다 40일간의 사순 시기를 통해 광야의 예수님 신비와 결합한다”고 밝힙니다.

성삼일부터 40일을 거슬러 올라가면, 딱 사순 제1주일이 됩니다. 그런데 왜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 시기를 지내게 된 것일까요?

5~6세기경 신자들은 사순 시기에 ‘단식’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은 기쁨의 날이라 단식하면 안 됐습니다. 사순 시기 중 6일은 단식할 수 없는 날인 것인데, 신자들은 예수님처럼 40일 동안 단식하기를 원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사순 제1주일 전 수요일, 지금의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 시기를 위한 단식을 시작하는 관습이 생겼고, 이날이 사순 시기의 시작일로 정착됐습니다. 성금요일과 성토요일은 단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재의 수요일부터 주일을 빼고 단식하면 부활 대축일 전까지 40일 단식을 맞출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사순 시기는 정확하게 40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순 시기를 40일이라 부르고, 또 강조합니다. 그 이유는 40일이라는 날수에 우리가 받은 세례를 기억하고, 참회하면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준비한다는 사순 시기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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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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